[취재일기] 임종실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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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균 정책기획부 기자

'임종실이 없다'는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한 달간 듣고 본 광경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환자나 환자 가족이 아닌 기자도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체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선 진짜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64세 위암 환자가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 6인용 입원실의 사례를 보자. 환자가 의식을 잃은 뒤 숨질 때까지 48시간 내내 초상집 분위기였다.

환자는 이따금 괴성을 질렀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몸을 벌떡벌떡 일으켜 세웠다. 가족들은 이를 저지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가족 M씨는 "우리에게 곧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다"며 "어머니가 저 소리에 얼마나 놀라시고 충격을 받으셨을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며 괴로워했다.

비단 M씨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병원에서 눈감는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영면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임종실인 강남성모병원의 '임마뉴엘'은 사뭇 달랐다.

환자가 마지막 남은 청각을 집중해 가며 아들.딸의 귓속말에 귀 기울이는 광경은 비록 '영원한 이별'의 장소지만 옆에서 보는 이들에겐 아름답고 품위있게 느껴졌다.

이 같은 평안한 영면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민 여론이 여당.야당을 움직이고, 보건복지부에서 조속히 검토해 이른 시일 안에 법제화(임종실 의무화)되도록 하자"고 제안한 독자(아이디 zivago2)도 있었다.

또 독자 송달웅(아이디ujwsong)씨는 "사람은 태어날 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세상을 떠날 때가 더욱 중요하다"며 "가족과 병원이 임종자가 품위있게 세상을 떠나도록 배려하는 것은 최선의 예우"라고 덧글을 달아줬다.

전국의 많은 대형 병원에 임종실이 설치돼 저세상으로 떠나는 이들과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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