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부호들은 ‘풀코스 맞춤 투자’를 좋아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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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호 28면

“지금 주가 상승은 초기 회복 증상이다.”
마크 부르주아 대표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지난해 야심 차게 확대 개편한 글로벌 자산배분팀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 시장뿐 아니라 원자재와 부동산 시장 등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포괄적인 투자 방법을 제공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주 그는 국내 큰손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큰 그를 중앙SUNDAY가 만나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크 부르주아 크레디스위스 수석 투자전략가

-요즘 세계 주요국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지난해 9월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락했다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너무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반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등 아시아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 등 이른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요즘 글로벌 경제의 엔진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엿보이자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그 기회를 이용하려고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번 상승세가 얼마나 가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중이다. 개별 기업이나 업종의 가치, 국가의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한 게 아니다. 위기 때문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시적 상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두 가지 예를 들었다.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져 있던 1980년 4월 이후나, 대공황 와중인 33년 다우지수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반등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 처방이 시작되면서 극도의 불확실성 대신 희망이 움트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성장률 등 펀더멘털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상승세는 약 1년 정도 이어졌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원유 값도 꿈틀대고 있다.
“최근 원유 소비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달러가 많이 풀려 있고 미 경제가 회복되는 듯하니 지난해 하반기 원유 선물을 처분했던 헤지펀드 등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투자자들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을 쌓아 두고 있었는데, 그 돈을 활용해 원유 선물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수퍼리치(대부호)’들은 요즘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구체적인 투자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 부호들은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 등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 사기 사건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위기 땐 수익보다 안전을 우선하게 되는데 금융 스캔들 때문에 안전 선호 심리가 더 강해진 듯하다.”

유로머니지는 최신호에서 수퍼리치들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기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기 이전에는 고수익을 좇아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메이도프 스캔들 등이 발생한 이후에는 UBS나 JP모건, 크레디스위스 등 오래돼 검증을 거친 금융그룹이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유로머니지는 전했다.

-수퍼리치들이 요즘 선호하는 자산이나 시장은 무엇인가.
“그들은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특정 펀드나 지역·자산을 골라 주는 서비스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자산과 지역을 아우르는 투자 전략이나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선호하고 있다.”

부르주아는 리먼이 파산한 지난해 9월 크레디스위스에 영입된 인물이다. 난파선과 같았을 파산 순간의 분위기를 물었다. 그는 “동료들이 여전히 금융계에 남아 있다”며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개별 펀드를 판매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포괄적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펀드들이 밑거름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필요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판매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펀드 등은 재료일 뿐이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채워 주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부품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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