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장률 잇단 하향 조정…금융시장은 신뢰 점차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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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시아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지역 주요 국가들의 올해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는 등 실물경제 전망은 오히려 어두워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이 이 지역의 성장률을 당초보다 낮춰잡는 것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설비투자 및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데다 통화가치 하락에 힘입은 수출증대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8%의 성장률을 거둔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5일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5~7%에서 2.5~4.5%로 대폭 낮췄다.

싱가포르 통산성은 이날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어서 올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며 상황에 따라 이를 더 낮출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태국도 지난 24일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의정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3~3.5%로 낮췄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0~1%의 플러스 성장을 기대했다.

IMF지원을 받는 국가중 가장 모범적으로 개혁을 시행하고 있다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 골드만 삭스사 (社) 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1.2%로 내놓았다가 최근 마이너스 2.9%로 낮추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 위축은 이들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대만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아직 금융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입지 않고 있으나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두달새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 지역의 외환.주식.채권등 금융시장은 최악의 고비를 일단 넘겨 투자자들의 신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의 주식시장은 미 달러 기준으로 지난 연초보다 각각 15~20%씩 올랐다.

일부에서는 이를 지난해말 폭락에 따른 일시적 반등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골드만 삭스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통화시장은 앞으로 적어도 3개월간 불안한 양상을 계속 보일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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