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쇼핑도 불황?…눈요기만 하는 빈손 고객 크게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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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백화점에 들러 눈요기만 하고 돌아가는 '아이 (Eye) 쇼핑' 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IMF한파로 고객들이 무작정 쇼핑에 나서는 게 아니고 품목을 미리 점찍어 뒀다가 필요한 것만 사고 돌아가는 고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최근 고객수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물건을 구입하고 돌아가는 고객의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계획을 미리 세워 쇼핑에 나서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 96년만 해도 롯데 본점에 들른 고객중 물건을 구입한 사람은 35%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65%는 아이쇼핑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2백5만명이 백화점을 찾아 이중 1백6만명이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구매고객의 비율이 51.7%로 높아졌다.

12월에는 2백29만명중 1백20만명이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구매비율은 52.4%로 껑충 뛰었다.

아이쇼핑족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줄었음을 보여준다.

롯데백화점 신헌 (申憲) 이사는 "신문이나 전단광고에 사고싶은 품목을 동그라미로 표시까지 한 뒤 쇼핑에 나서는 계획구매가 부쩍 늘고 있다" 고 말하고 "소비행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지난해 12월중 1백13만명의 고객이 들러 이중 40만명이 물품을 구입하고 돌아감으로써 구매비율이 35.4%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33.0%) 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쇼핑만 하고 돌아가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식당.커피숍은 매출이 40%이상 격감해 울상을 짓고 있다.

롯데백화점 식당가 관계자는 "예전에는 쇼핑을 마치고 식당에 들러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여가를 즐기는 고객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그런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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