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세계기왕전]승부사 유창혁, 화려한 공격력 만개 왕리청에 대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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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창혁9단이 특유의 노림수 한방으로 일본의 왕리청 (王立誠) 9단을 꺾었다. 2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제2회LG배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첫판에서 흑을 쥐고 7집반의 대승을 거둔 것이다.

劉9단은 올해 세계대회서만 4연승을 거두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회 준결승전에서 최강의 실력자 이창호9단을 꺾은 劉9단은 이번 결승전 첫판에선 세계최고의 공격수란 별호답게 상상을 절하는 전투능력과 수읽기능력을 함께 보여주었다.

대만출신의 일본기사 王9단은 이론에 뛰어난 정통파이면서 접전에 능하다. 그 역시 이창호나 조훈현등이 탈락한 이번 대회를 세계대회 첫우승의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대국은 예상대로 劉9단이 공격하고 王9단이 타개하는 양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중반의 입구에서 공격하던 흑의 포위망이 거꾸로 잡히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흑 5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5점을 잡은 王9단은 대세를 낙관하며 안전위주의 운영을 펼쳤다. 그는 백1, 3으로 좌상귀마저 집으로 크게 굳혀 승리를 다졌다고 믿었다.

사건은 바로 이때 일어났다. 劉9단이 흑4로 두어 중앙의 죽은 돌을 슬그머니 움직인 것이다.

이수가 劉9단이 소매속에 깊숙히 숨겨둔 결정적인 노림수였다.

백5로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흑18, 20의 묘수순으로 천지대패가 났다.

(백이 이으면 흑의 1수 승) 이패로 인해 흑은 일거에 승세를 잡았다.

그렇다면 백5로 백1로 받으면 어찌될까. 이것은 흑2, 4가 선수가 되어 우변 백이 생사에 걸린다.

이창호9단이 견실하면서도 완벽한 승부를 펼친다면 劉9단은 극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승부를 펼친다.

24일의 LG배 결승 첫판도 줄타기를 보는듯한 아슬아슬한 명국이었다.

결승제2국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劉9단이 승리하면 5번기의 향방은 거의 굳어지고 王9단이 설욕하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우승상금 2억원. SBS - TV가 오후1시부터 5시까지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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