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김대중대통령 비자금 수사…"졸속발표 신뢰성 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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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 비자금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포함되는 등 너무 엉성해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수사팀이 검찰 안팎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물론 검찰이 충분한 수사기간을 갖지 못한데다 金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했던 정황 때문이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중요사건의 수사에 흠집을 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표문이 엉터리였다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 부분은 비자금 자료 폭로를 논의한 것으로 발표된 한나라당 당직자회의 참석자 (본지 2월24일자 19면 보도) . 당시 당직에 없었거나 구속수감중인 의원들이 당직자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발표돼 한나라당측의 항의까지 받자 검찰 내부에서조차 "최소한 한나라당측에 당시 당직자들의 이름을 확인하든가 신문스크랩이라도 열람해 발표문의 정확성을 확인했어야 했다" 며 수사팀의 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다른 오류는 삼성그룹이 권노갑 (權魯甲) 의원에게 7억원을 전달한 시기. 같은 발표문에서조차 한 부분에서는 91년 3월, 다른 부분에서는 92년 3월로 엇갈리게 표기했다.

이 때문에 23일 저녁 대검 고위간부들로부터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팀은 뒤늦게 "92년 3월이 맞다" 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 수사 관계자들은 "발표 직전인 22일까지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발표문을 만들다 보니 오자 (誤字)가 발생한 것 같다" 고 해명했으나 대통령당선자가 관련된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마무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박순용 (朴舜用) 중앙수사부장이 발표문을 좀더 꼼꼼히 체크했어야 했다" 는 지적과 "주임검사의 서투른 업무처리 때문에 결국 총장과 중수부장만 비난을 받게 됐다" 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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