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鎔基 시대의 개막]1.경제해결사 개혁태풍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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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금 12억 중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 (話頭) 는 '경제' 다.

중국 경제가 계속 순항하느냐 여부는 중국의 생존, 나아가 세계를 이끌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느냐와 맞물려 있는 절대절명의 과제다.

이같은 중국 경제의 운명을 걸머진 주룽지 (朱鎔基) 현 부총리는 다음달 국무원 총리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 권력자의 한 사람이 된다.

21세기 중국 경제.행정의 첫 그림을 그려낼 '주룽지 시대' 의 현안과 전망 등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다음달 5일의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 (全人大) 는 '주룽지 시대' 를 알리는 첫 무대다.

朱는 이로써 저우언라이 (周恩來)→화궈펑 (華國鋒)→자오쯔양 (趙紫陽)→리펑 (李鵬)에 이어 중국 건국 이래 다섯번째 총리에 오르게 된다.

중국인들은 “왜 주룽지여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달리 선택이 없다” 고 간단히 잘라 말한다.

리란칭 (李嵐淸) 부총리 등 여러 후보가 있지만 덩샤오핑 (鄧小平) 이 생전에 말했던 것처럼 朱만큼 경제를 잘 아는 실력파가 드물다는 이야기다.

92년 과열로 치닫던 중국 경제를 그는 훌륭히 연착륙 (軟着陸) 시키는데 성공했다.

92년 14%에 달했던 성장률을 8%대로, 20%에 달했던 통화팽창률을 약 3%대로 끌어내린 수치상의 성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또 현재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금융시스템 개선과 국유기업 개혁이란 양대 난제를 풀 해결사로도 그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경제분야에만 강한 것이 아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강력한 파워행사를 요구하는 현 중국의 실정에 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95년 그의 거시 (巨視) 긴축정책에 대항하는 지방파벌에 대해 그가 “호랑이를 먼저 때려잡은 뒤 늑대를 잡겠다.

1백개 관을 준비해라. 그중에 물론 내것도 1개 있다” 는 비장한 각오로 개혁을 추진했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리펑 총리의 10년 재임중에 다시 방만해졌다는 평가를 듣는 국무원 조직에 메스를 가해 대대적 수술을 단행할 정치적 역량이 있는 인물로 그가 적임자라는 지적 역시 이같은 강인한 추진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탓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해결사' 에서 '중국 문제의 해결사' 로 한 차원 높이 도약할 그는 이제 지난해 당대회에서 실각한 차오스 (喬石) 를 대체, 장쩌민 (江澤民).리펑과 함께 중국 권력의 신삼각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총리로서 朱의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이 드리운 것은 아니다.

첫째 그가 해결해야 할 국유기업 개혁이나 국무원 조직개편 등 현안들이 보통 버거운 것들이 아니다.

섣부른 성공을 장담키 어려운 난제들이다.

둘째는 그의 강성 이미지가 만들어낸 반대파들이 많다는 점이다.

개혁대상인 국유기업의 고위층과 지방의 파벌세력들이 바로 그들이다.

또 10년동안이나 총리로 재임, 국무원을 손바닥같이 훤히 들여다보는 리펑이 국정감사권을 쥔 전인대로 자리를 옮겨 朱의 행보를 사사건건 들여다보는 것도 朱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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