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위반 단속 이의신청, 법규엔 없고 경찰 내부지침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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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공무원인 金모 (38) 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잠실네거리 부근에서 교통경찰관의 단속에 적발됐다.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 차선이 아닌 것을 알고 곧바로 비켜섰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다” 며 날인을 거부하는 金씨에게 단속경찰은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이라며 4만원의 범칙금 납부통지서를 발부했다.

분을 삭이며 집에 도착한 金씨는 즉각 이의 제기를 위한 절차를 찾아봤지만 스티커에도, 도로교통법과 동법 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이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실제 범칙금과 관련된 도로교통법 12장, 도로교통법 시행령 74.76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60조에는 이의 제기 방법에 대해선 일절 언급없이 범칙금 납부방법과 통고처분 방법만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적발 사실을 잊고 지내다 지난 20일 관할경찰서에 전화를 건 金씨는 “스티커 발부후 10일안에 이의를 신청하면 단속 경찰관과 함께 즉결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젠 기간마저 지나 범칙금에 50%가 가중된 6만원을 내야한다” 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이같은 경찰 내부 지침은 단속 경찰이 알려 주지도 않고 범칙금통지서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다.

경찰관의 교통단속에 대한 이의 신청이 사실상 봉쇄돼 있는데다 단속에 불복, 즉심을 받을 수 있는 내부지침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

일선 구청의 주정차 단속은 이의가 제기되면 자체적으로 수용여부를 판단, 약 30%이상 이의를 수용하고 있지만 경찰의 교통단속은 범칙금부과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 없이 기계적으로 즉결심판에 회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 내부지침에 따라 즉심에 넘겨져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평균 20~50%의 추가 범칙금을 부과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목격자 확보 등 증거수집 능력이 경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계 한 관계자는 “이의 신청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지만 자체감사 등에서 문제가 적발되는 것을 우려해 도입이 늦춰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고 말했다.

동국대 행정대학원 이황우 (李璜雨.경찰행정학 전공) 교수는 “범칙금 부과때 이의 신청을 위한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단속행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당연하며 시급한 일” 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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