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가 선물한 1억짜리 시계 아내가 몰래 보관하다 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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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현(63) 전 대통령은 박연차(64·구속) 전 태광실업 회장이 회갑 선물로 준 1억원짜리 명품 시계 두 개에 대해 “아내(권양숙 여사)가 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사에서 “아내가 나 몰래 시계를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집 부근에)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박 전 회장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한 개에 1억원이 넘는 P사의 명품 시계 두 개를 선물한 사실을 확인하고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에 포함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시계를)왜 버렸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한 뒤 “집에 물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중으로 예정된 권 여사에 대한 비공개 조사에서 100만 달러의 사용처와 함께 시계 두 개를 실제로 버렸는지를 캐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또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의 16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6억원)짜리 주택을 계약금 45만 달러에 계약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노정연씨는 2007년 5월 5만 달러의 선(先)계약금을 냈는데 이 돈에는 권 여사가 노씨에게 송금한 10만 달러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9월 40만 달러가 태광실업의 홍콩법인인 APC 계좌에서 노씨가 알려준 미국 부동산 업자의 계좌로 송금됐고 계약금에 보태졌다는 것이다. 계좌번호는 권 여사가 노씨로부터 받아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전해줬고, 정 전 비서관은 이를 박 전 회장에게 넘겼다고 한다. 계약 과정으로 볼 때 노씨가 계약금으로 쓴 45만 달러는 박 전 회장이 청와대로 보낸 100만 달러와 별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 주택은 노건호씨의 미국 체류를 위해 마련하려던 것인데, 건호씨가 반대해 매입을 중단했다”며 “계약금도 100만 달러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또다시 불러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를 시도했는지 조사했다.

김승현·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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