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가안전법 효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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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가안전법으로 이라크 임시정부가 치안을 확립할 수 있을까. 이라크와 아랍 분석가들은 안전법의 성공 여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연한 조치"=7일 오후(현지시간) 범아랍 위성 알자지라 방송에 등장한 이라크인들은 임시정부의 국가안전법 공포를 환영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며 당연한 조치"라고 한 잡화상 주인은 말했다. 한 대학생은 "현재로선 총선이고 재건이고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며 "안전법이 실효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정치 분석가 함디 무라드 박사는 알아라비야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전쟁 후 들어서는 정부가 계엄령 등 치안회복을 위해 강경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라크인 다수가 원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요르단 암만의 중동연구소 자와드 알하마디 교수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치안회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라크 치안불안의 70%는 범죄자들이 야기하고 있다"며 "저항.테러세력을 완전 소탕하지 못하더라도 범죄를 줄이게 된다면 이라크인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섣부른 압박정책은 거센 반발 불러=일부 분석가는 비상조치가 더욱 극렬한 저항과 테러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요르단에 망명생활 중인 사아드 함자 전 바그다드대학 교수는 "임시정부가 미군보다 더 확실한 치안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설픈 압박정책이 더욱 거센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자 교수는 치안회복이 이라크 재건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임정이 실업.전력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경제재건 조치를 먼저 발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치안불안의 근본원인을 무조건 '외국에서 잠입한 테러세력의 폭력행위'로만 본다면 임정도 연합군의 실패를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시정부가 과도한 권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라크의 정치분석가 리카 마키 박사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엄령 등을 통해 테러세력을 소탕하겠다는 정부가 시위와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안전법이 이야드 알라위 총리 정부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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