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관도 외국인지분 50%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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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침내 주식매집을 통한 외국인 지분이 50%를 웃도는 기업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자본시장 개방 여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달 삼성그룹 계열 보안업체인 에스원의 외국인 지분이 국내 상장사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데 이어 두번째다.

하지만 에스원의 일본 세콤과의 합작지분이 25%나 되는데 비해 삼성전관의 외국인합작지분은 9%에 불과해 이번 일은 여타 우량 상장사들을 긴장케 하기에 족하다.

일단 50% 지분을 넘기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 3분의2 이상 참석과 참석주주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 경영권을 송두리째 빼앗는 일이 매우 용이해진다.

물론 삼성전관에 투자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모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또 외국인들이 한국민의 정서를 거슬러가면서까지 국내 대표적 우량기업을 '사냥'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영국.홍콩계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삼성전관에 투자한 상당수 외국기관은 이 회사의 내실과 영업전망을 밝게 보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미국계 뮤추얼펀드가 주류여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당장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란 판단은 성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50% 지분 확보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보통결의로도 가능한 임원선임 안건 등을 통해 경영에 깊숙이 간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마치 합작기업처럼 경영사안에 시시콜콜 간섭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주택은행 등 외국지분이 40% 안팎인 우량기업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건설관련 법령도 재정비를 필요로 하게 됐다.

현행 '외국인의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외토법)' 엔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이면 무조건 외국법인으로 규정, 업무용 부동산 계속보유 허가신청 등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다시 팔아 지분율이 50% 이하로 내려가면 30일 이내에 시.도지사에 국내법인으로 재신고해야 하는 등 앞으로 이러한 상장사들은 외국인의 주식매매상황에 따라 불필요한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스원.삼성전관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선 것을 비롯해 메디슨.주택은행도 일찌감치 40%를 넘어선 상태다.

홍승일.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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