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YS정부…경제 실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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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제분야는 김영삼대통령의 취약지대였다.

그는 비록 '정치 9단'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녔지만 경제는 '9급이나 될까' 하는 불안감이 따라다녔다.

YS는 "건강은 빌릴 수 없으나 머리는 빌릴 수 있다" 는 말을 즐겨했다.

경제분야는 그가 '빌린 머리' 로 풀어나가려 했던 대표적 분야였다.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30여년간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 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신청은 YS의 경제실정을 한마디로 대변하고 있다.

5년전 5%대 성장률, 4.5%대 물가, 45억달러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서 물려받았던 경제를 이제 마이너스 성장, 두자릿수 물가상승률에 실업과 부도사태가 최대의 현안이 된 최악의 위기상태에서 물려주게 된 것이다.

문민정부가 경제를 망치려고 작심했던 정권은 분명 아니다.

92년 대선과정에서 '신한국병' 의 치유를 선거구호로 내걸었던 金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른바 '신경제' 를 내세우며 의욕을 과시했다.

취임 4개월이 갓지나 발표한 신경제 5개년계획은 자율과 창의를 전면에 내세워 93년 성장률을 6.0%로 끌어올린 뒤 94년부터는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계속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7%대로 나타나고 있어 이런 목표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국제수지는 계획을 너무도 빗나갔고, 결국 비극의 씨앗이 됐다.

신경제 5개년계획은 출범 2년차인 94년부터 경상수지 균형을 이룬 뒤 마지막 연도인 97년엔 37억달러의 흑자를 낸다는 목표를 잡았다.

실제로는 어떠했는가.

9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면서 96년에는 사상 최대인 2백37억달러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88억5천만달러 적자를 냈다.

특히 지난 1년은 경제분야의 리더십이 실종된 한해였다.

지난해 1월 한보부도에 이어 삼미.진로.대농.기아.한라 등 재벌들이 쓰러지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금리.환율.주가 등 경제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지표들이 줄곧 빨간불을 켜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경제분야에서 나타난 YS 리더십의 문제는 '무관심' 과 '무지' 로 집약된다.

문민정부에서 경제 및 통일부총리를 각각 역임했던 인사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통일부총리 때는 조간신문이나 TV 저녁뉴스에 관계기사가 나면 어김없이 청와대의 호출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로 있는 동안은 이런 호출이 없었다. " 金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재직기간중 대통령과 경제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한번도 없다.

말없이 듣고 있다가 결재를 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쁘면 사람을 갈아치웠다."

YS는 "나와 임기를 같이하는 장관이 있을 것" 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경제분야는 예외였다.

5년간 경제부총리를 여섯차례나 갈아치웠다.

평균 재임기간 8개월인 경제부총리에게 일관성있고 효율적인 정책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나마 YS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금융실명제도 결국은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실명제를 제대로 세금을 거두는 수단이라는 본래의 기능보다 정치적 목적의 사정 (司正)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를 "가진 자들이 고통받게 하겠다" 고 했던 YS의 잘못된 인식 탓으로 돌리는 지적도 많다.

실명제보다 더 큰 치적은 "YS처럼 해서는 안된다" 는 교훈이라고도 한다.

과연 새 정부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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