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LG생활건강 치약 ‘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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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54년 출시된 럭키치약은 70년대 후반 들어오면서 독보적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입 자유화로 외국 치약이 밀려 들어왔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79년 중앙연구소를 대전 대덕에 만든 ㈜럭키는 이에 따라 신제품 치약의 개발에 들어갔다. 화장품과 함께 그룹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는 치약에 애정이 강했던 구자경 당시 그룹 회장은 직접 연구소를 찾아 “돈을 많이 벌려 하지 말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라”고 주문했다.

5명의 생활용품연구팀은 치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환자들 중 잇몸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개발 방향을 잡았다. 지금까지 충치 예방에서 잇몸 질환 예방 쪽으로 가보자는 결정이 나왔다.

개발에 참여한 안호정(63) 전 LG생활건강 부사장(2002년 퇴사)은 “염증 억제와 지혈 기능이 있는 약효 성분을 찾는 데에만 1년 이상을 헤맸다”고 회고했다. 개별로는 약효가 좋아도 섞어 놓으면 색상이 변질되거나 약효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양치질 후 개운한 감을 주기 위해 10여 가지의 향 성분을 하나씩 첨가해 확인해 봤다. 소비자 조사를 거쳐 미국 중부 지역의 천연 페퍼민트 향을 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 어려움은 알루미늄 튜브를 라미네이트 튜브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왔다. 알루미늄 튜브를 가정하고 만든 치약 성분이 라미네이트 안에 들어가니 안정성과 맛이 달라져 버려 성분 배합을 다시 해야 했다.

연마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치과에서 버리는 이를 모아다가 붙여 연마력 측정 기계도 만들었다. 서울대 치대와 6개월간 임상시험까지 하다 보니 개발 기간은 2년을 넘겼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수억원이 연구 개발비로 들어갔다. 당시 ㈜럭키 전체의 연간 순이익이 30억원 선이었다. 라미네이트 튜브를 만드는 설비에만 10억원이 따로 들어갔다. 마음이 다급해진 연구원들이 하루에 수십 번씩 양치질을 하느라 강한 민트향에 코가 헐기도 했다.

진통 끝에 81년 출시된 것이 ‘페리오(Perioe)’다. 국내 최초의 잇몸질환 예방용이라는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잇몸의’라는 의미의 의학용어 ‘periodontal’에서 이름을 땄다. 지금까지 약 10억7000만 개(150g 기준)가 팔려 나가 국민 한 사람당 22개를 썼다. 한때 4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이 25%대까지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는 페리오덴탈쿨링시스템 등 7종이 팔리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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