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기능보유자 이임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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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야 할 길은 멀고 아직 미완의 '소리꾼' 인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기능보유자로 최근 광주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임례 (李任禮.57.여.광주시북구운암동) 씨. 그는 소학교 4학년이던 12세때 협률단원들의 공연에 반해 16세때 고향 진도에서 판소리에 입문했다.

그후 40년간 판소리 강산제의 맥을 잇고 있다.

소리의 바탕이 한 (恨) 이어야 한다면 李씨는 그야말로 밑천이 든든한 사람이다.

열여덟살 되던 해 李씨는 강산제 창법의 일인자로 25살 연상의 스승 이병기 (64년 작고) 명창과 백년가약을 맺었으나 남편은 4년만에 아들 (이태백.37.서울시립국극단) 하나만 남기고 세상을 떴다.

"낮에는 밭에 나가 남의 농사일을 거들어 주고 품삯도 받고 밤엔 햇불을 밝혀 놓고 동네 아낙네들에게 춤과 소리를 가르치기도 했지요"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판소리공부에 정진하던 李씨는 두번째 스승인 성창순 (成昌順) 선생을 만나 본격적인 소리꾼의 길로 접어든다.

마침내 그는 지난 93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23세에 청상과부가 돼 53세에 명창으로 등극한 늦깎이 소리꾼의 인생역정은 지난 94년 이일목감독의 영화 '휘모리' 로 만들어져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현재 이임례판소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李씨는 "소리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 가겠다" 며 후진양성에 적극성을 나타냈다.

광주 =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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