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치대 박사학위 받는데 접대비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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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사학위 받는 데만 1억원대의 접대비가 들어가니 교수임용엔 그 몇배가 들어가는 게 당연하겠지요.” 최근 서울대 치대 박사과정을 졸업한 A씨는 재학기간중 모두 1억2천여만원의 '학비' 를 지출했다.

학기당 2백만원 4년동안 등록금으로 모두 1천6백여만원을 납입했다.

반면 술값.골프비용 등 교수 접대비로 나머지 1억여원을 지출했다.

A씨는 “3, 4년동안 개업해 번 수입을 모두 쏟아부은 셈” 이라며 “공부보다 접대비로 학위를 받은 것 같아 씁쓸하다” 고 털어놓았다.

교수 채용을 미끼로 구강외과 일부교수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치대 일부 학과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의 경우 입학부터 졸업까지 교수 접대비로 억대가 뿌려지는 등 금품.향응 제공 관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 치대 박사과정 졸업생들에 따르면 구강외과 등 3~4개 인기학과의 대학원생은 교수들의 요구에 따라 월 한두차례의 술자리와 골프 제공이 일반화돼 있다는 것이다.

졸업생 B씨는 “새벽에 강남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교수가 전화를 걸어 '나오라' 고 말하면 꼼짝없이 나가 술값을 내야 했다” 며 “지도교수와 다른 교수들로 나눠 한달 한두차례만 접대해도 술값으로 월 2백만~3백만원, 졸업때까지는 모두 7천만~8천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여자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술자리에 불려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생들은 이밖에 주 한두차례 교수와 골프장에 동행할 경우 4인기준으로 최소 50만~70만원, 교수 집안의 경조사때 5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지출하며 학위논문 심사과정에서도 지도교수와 다른 대학 심사교수들을 접대하는 '통과비' 로 수백만원씩을 건네줘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학본부 관계자는 “96년말 치대 일부 교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논문심사료를 요구한다는 제보가 학교측에 접수돼 조사했으나 물증이 확보되지 않아 간접 경고하는 선에서 그친 적이 있다” 고 밝혔다.

한 대학원생은 “교수를 찾아온 외국 손님에게 전국일주 관광을 시켜주느라 보름간 병원문을 닫고 숙식비를 제공하며 운전기사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교수 눈밖에 날 경우 졸업이나 외국 유학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에 응하게 된다” 고 토로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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