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며 행복찾는 장애인 부부…"같은 처지 돕고 살자" 방 내주며 자활 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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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한파속에서도 장애인들과 아파트 주민들이 한데 뭉쳐 뜨거운 '삶의 희망' 을 일궈내고 있다.

먼저 자립기반을 닦은 장애인 부부가 오갈데 없는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또 30여명의 아파트 주부들이 돈을 모으고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등 인간애를 펼치고 있다.

“길에 버려져 오갈데 없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누가 알겠어요. 서로 모자란 부분을 의지하고 살아가야지요.” 서울 고덕1단지 주공 시영아파트 후문에서 8평짜리 과일가게 (경남종합식품.02 - 3427 - 1115) 를 하는 장인태 (張仁泰.32.서울고덕동633).김순정 (金順晶.28) 씨 부부. 이들은 자기집 지하 셋방의 방 두칸중 하나를 역시 뇌성마비 장애인인 이만섭 (35).김용일 (31) 씨와 정신장애인인 김상진 (30) 씨 등 3명에게 내 줘 함께 기거하고 있다.

그와 함께 과일가게 주변에 좌판을 차리게 하고 남편 張씨가 매일 오토바이로 과일을 떼어와 대주며 자립을 돕고 있다.

남편 張씨와 부인 金씨는 모두 어려서 뇌염을 알다가 잘못돼 뇌성마비가 된 장애인. 張씨는 2급으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부인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이들의 재활에는 인근 명일동 삼익 그린아파트의 자원봉사 주부들의 모임인 '그린회 (회장 李鍾禮.52)' 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37명으로 구성된 그린회 회원들은 지난해 초 張씨 부부의 사연을 전해 듣고는 과일장사를 위해 은행융자 보증을 서 주고 모금운동에 나서 무려 7백50만원을 모았다.

그리고 부부가 다른 장애인들을 모아 함께 기거하게 되자 매월 1주일분의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등 지금까지 갖은 정성을 쏟고 있다.

“저희가 한게 뭐 있나요. 모두 아파트 주부님들 덕분이지요.” 張씨 부부는 좌판에 나서기 전 가게에 들른 李씨 등과 함께 밝게 웃으며 장사준비에 분주해 했다.

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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