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사랑 방정식, 다마곳치 게임 '로미&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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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사랑은 '나' 와 '그' 를 맞춰가는 끊임없는 조율과정.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진 않다.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궁합.별점.성격테스트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서로 얼마나 잘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연인들의 행태도 그 연장선. 이같은 간접적인 수단으론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 신세대 사랑 확인 게임기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게임기의 이름은 '로미 (여성용) & 줄리 (남성용)' .게임방식은 다마곳치의 아류다.

그렇지만 엔케이텔레콤 (02 - 560 - 8063)에서 만든 '순국산 아이디어 개발품' 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말자. 로미&줄리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권장사항' 으론 두대의 게임기를 놓고 연인끼리 마주 앉으면 즐거움이 몇배로 올라간단다.

게임의 시작을 위한 워밍 업. '음식' '데이트' '연락처' 등 7개 항목에 자신의 취향을 입력한 다음 연인에게 건네준다.

은근슬쩍 자기는 어떤 사람이라고 알리는 셈이다.

나는 밥보다는 자장면을, 포옹보다는 키스를 좋아해, 데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드라이브가 최고지…. 이런 식이다.

게임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저 애인의 '입맛' 에 맞는 조치를 취해주면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달라 놀아달라 보채는 다마곳치와는 달리 1시간에 두번만 애인을 부른다.

호출이 오면 그때 그때 애인의 상태에 맞춰 두가지 행동을 해주면 그만이다.

그마저도 귀찮다면 아예 재울 수도 있다.

엔케이텔레콤측에서는 다마곳치의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만든 이러한 기능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이란 내가 하고 싶을 때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무작정 연락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니까. 게다가 애인의 환심을 사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연애기간은 한달. 어느 정도 진척되면 두대의 게임기를 한데 모아 궁합을 맞춰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해도 다른 이성이 등장해 삼각관계에 빠진다.

결국 이 게임의 경쟁력은 '자기의 분신' 을 얼마나 잘 보살피고 있는지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연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 것인 셈인데…. 홍콩.일본에선 이미 한바탕 유행 중인 연애 다마고치가 우리 신세대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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