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000㎞ 가족 찾기’ 주인공 샤오런창 다시 만나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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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 샤오런창이 지난해 지진직후 본지 1면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대지진의 악몽 와중에도 25명의 일가 친척이 모두 무사했지만, 5층짜리 집 건물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가족들은 1년째 이재민 수용소 가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어요.”

지난해 대지진 직후 진앙지인 쓰촨성 원촨현에 있는 일가친척 25명을 찾아 베이징에서 약 2000㎞를 날아갔던 샤오런창(肖仁强·45)은 지진 1주년을 맞은 가족들의 근황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지진 발생 다음날 현장 취재를 가기 위해 베이징 공항에 갔던 기자는 터미널에서 ‘가족 생사 찾기 대장정’에 나선 그를 처음 만났다. <본지 2008년 5월 14일자 1면>

1년 만인 8일 베이징에서 다시 만난 그는 지금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쓰촨성 주자이거우(九寨溝)’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주자이촨시(九寨川西) 여행사의 베이징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진 이전에는 매달 베이징에서만 주자이거우 여행객 100여 명을 모집했는데, 지진 발생 이후 주자이거우 진입 도로가 장기간 끊기면서 지금까지도 매달 20여 명을 보내기가 벅찼다”며 계속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를 통해 주자이거우를 연결하는 대체 루트가 뚫리면서 조금씩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샤오는 산사태로 교량이 끊겨 고향 가는 길이 막히는 바람에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며칠간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러다 지진 발생 82시간 만에 극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며칠 만에 어렵게 고향에 갔더니 집에는 크게 균열이 나 있었다”며 “당시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天崩地裂) 진동이 3분가량 계속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8만6633명이 희생된 대지진 와중에서도 다행히 가벼운 부상만 입은 샤오의 가족들은 이재민 임시 숙소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과거에는 자연재해 이후의 굶주림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번에는 정부·기업과 민간인들이 제공한 구호 물자로 먹고 입는 문제는 해결됐다”며 “개혁·개방으로 나라가 부강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샤오는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 평가액의 90%를 정부가 보상해줘 올해 안에 착공하면 내년 가을께는 가족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샤오는 고향 가는 길이 여의치 않고 생업에 쫓겨 올해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날)와 청명절(淸明節·한식)에 고향에 가지 못했다. 지진 발생 1주년을 맞아 샤오는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우리 걱정은 말아요. 가족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 타지에서 당신 몸조심하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내와 가족의 목소리에 샤오는 눈물을 글썽였다.

지진 1주년을 맞아 쓰촨성 두장옌시를 다시 찾은 기자는 원촨현의 이재민 수용소에 있다는 샤오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원촨현 현 소재지를 가려고 했다. 그러나 원촨현 잉슈진부터 교통이 통제돼 발목이 잡혀 버렸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10일과 11일에는 원촨현에서 두장옌으로 나오는 방향만 통행이 허용된다”고 귀띔했다. 지진의 여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두장옌(원촨현 가는 길목)·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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