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줄도산으로 9만가구 공사중단…해약도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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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2일 오후 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주택사업공제조합 앞에서는 춘천에서 올라온 3백여명의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이틀째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월 S종합건설로부터 3백88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지난달 21일 시공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되자 내집마련의 꿈과 함께 지금까지 불입한 중도금 1백96억원마저 떼이게 됐다며 공제조합측에 환불을 요구하고 나선 것. 입주자 대표인 박상철 (朴商喆.35.자영업.강원도춘천시우두동) 씨 등은 "공제조합이 시공에 대해 보증을 선 만큼 전액 보상해야 하는데도 조합측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경제난으로 주택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건설업체의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주택 완공을 보증함으로써 입주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결성된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최근 극심한 재정난에 처해 심각한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공제조합의 총 자본금은 3조2천5백억원으로 이중 회원사들에 운영자금으로 2조6천7백억원을 대출해준 상태고, 부실채권에 의한 자본잠식도 5천2백억원에 이르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은 5백억원 정도. 또 조합측의 보증으로 금융권이 주택건설업체에 대출해준 돈만도 1조9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상당 금액이 부실채권으로 환수 불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잇따른 건설업체의 부도로 이들 업체에 대해 공제조합이 보증을 선 금액도 40조8천억원에 이르러 이미 공제조합은 보증기관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도 건설업체의 아파트 등을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사실상 공사 속개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위약금을 물고 해약하려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체들이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연쇄부도를 일으키는 '3월 대란설' 이 파다하며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민원이 폭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공제조합측은 지난해 12월 건설교통부에 1천억원의 긴급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5백억원을 추가요청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간 부도가 난 주택건설업체는 1백23개사로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가구만도 9만여 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최익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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