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현의 초등 영어 카운슬링 ① |가르칠까 말까? 초등 문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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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프리미엄 김미지 기자 mj8302@joongang.co.kr

송오현의 초등 영어 카운슬링 ① |가르칠까 말까? 초등 문법

문법, 달달 외우지 말고
문장부터 먼저 익히세요

Q. 초등학교 3학년이다. 회화 위주로 공부하고 있는데 언니가 문법 공부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최근 초등 문법 교육은 ‘아이를 망치는 길’로 통한다. 문법과 독해 위주로만 공부했던 기성세대가 영어로 말 한마디 못 하게 된 이유를 문법 위주 학습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법을 완전히 배제한 듣기와 말하기 학습이 가능할까?
영어 문장을 말하고 쓰다보면 ‘He is a boy’는 바른데 ‘I is a boy’는 틀린 이유가 궁금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읽기나 듣기,
말하기 학습에는 이미 문법에 대한 지식이 녹아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별개의 문법 교재를 활용해 ‘to 부정사’ ‘형용사적 용법’ 등 용어를 익히고 이론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따로 외우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법 개념을 문장 속에서 접하게 해 주기 바란다. 의욕이 넘치는 아이라면 회화에서 배운 문장과 문법책에 나오는 예문을 연관 지어 설명하면 좋다.

Q.초등학교 6학년이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다보니 제법 어려운 문법도 어느 정도 익혔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따로 문법 공부를 시켜줘야 할지,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책을 통해 알아가도록 해야 할지 고민이다.
 
A : 다양한 문장을 접해보고 기본적인 어법·문법을 터득 했다면 문법책으로 정리해 봐도 괜찮은 시기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초 5~6학년이 되면 중학 영어에 대비해 무조건 문법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영어에 대한흥미와 자신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법 학습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아이의 영어 실력과 배우는 속도다.‘요즘은 중학교 입학 전에 문법을 마친다더라’ ‘문법 실력이 없으면 시험 영어에 적응을 못한다더라’와 같은 이야기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원할 때까지 문법 학습을 강요하지 말고 책·듣기교재·비디오 등을 통해 충분히 영어를 읽고 보고 말해볼 수 있게 도와주기 바란다.

문법 학습은 암기가 아니라 확인의 단계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고급 언어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문법학습이다. 하지만 아이마다 영어를 받아들이는 순서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문법을 가르쳐야 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문법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무게를 둬야할 질문은 ‘언제’ 보다는 ‘어떻게’ 문법을가르칠까다.
 
첫 번째 불문율은 ‘억지로 시키지 말 것’이다. 문법책으로 공부하면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매우 능률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법부터 익히는 방식’은 구세대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일이다. 한글로 입을 떼기 시작한 아이들은 “엄마, 물”처럼 명사만 나열하기 일쑤다. “자동차 가”처럼 조사를 생략하거나 “아니야!”라는 한 단어로“싫다”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글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지만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이 상태로 언어습관이 고착되는 것도 아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I is a boy’처럼 잘못된 표현을 쓰다가도 ‘I am a boy’ ‘I am happy’ ‘I am eight years old’와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보고 듣다보면 ‘I’ 다음 ‘am’이 온다는 원칙을 외우지 않고도 터득할 수 있다. 이처럼 실수와 교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문법을 체화한 후 ‘문법책’으로 정리하는 것과 ‘문법’을 먼저 배우고 그에 끼워 맞춰나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영어책은 모두 훌륭한 문법 교재다. 영어책에 있는 문장을통해 ‘동사 활용’ ‘시제’ ‘대소문자 활용’ ‘전치사’ 등 다양한 문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영어 문장을 익혔다고 판단되면 문법책을 병행해도 좋다. 첫 문법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품사별로 원칙을 달달 암기하게 돼 있는 문법책은 금물이다. 알고있는 개념의 확인, 정리의 단계이므로 만화와 함께 엮여 흥미를 북돋우는 책, 개념을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구조로 씌여진 책이 좋다.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문법책도 괜찮다.
 
정확한 문법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쓰기와 연계된 워크북을 활용한다. 워크북은 직접 쓰고 그려보면서 놀이처럼 채워나가는 책이다. 스토리북에 딸려있는 워크북은 책 내용을 확인해볼 수있는 좋은 질문들이 나와 있어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다.

송오현 DYB최선어학원 원장
고려대 졸, 『중학교 첫시험 특목고 합격 결정한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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