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국세청, 고발 취소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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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서울국세청이 지난해 말 태광실업 법인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다고 10일 밝혔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12월 서울국세청 직원 최모씨가 고발인 조사에서 태광실업 법인에 대한 고발 취소를 요청했고, 검찰도 ‘개인소득세 포탈’이라는 법리적인 판단에 따라 법인은 기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 측이 “고발에 대한 국세청의 공식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소 단계의 판단은 검찰의 몫이며, 국세청의 시각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칙 고발 취소” vs “법리적 판단”=민주당은 이날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천신일 3대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국세청이 변칙적으로 고발을 취소했고, 고위층을 통한 (박연차 회장의) 로비가 성공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국세청이 4개월간 세무조사를 한 뒤 내린 판단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번복한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고발 내용은 태광실업의 해외법인 APC에서 발생한 주식 배당수익 685억원 탈세에 대한 판단 부분이다. 이를 개인소득세 탈루로 볼 것인지 법인세 탈루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당시 서울국세청은 탈세가 태광실업과 박연차 회장의 공동 행위라고 판단하고 박 회장과 법인을 함께 고발했다.

그런데 서울국세청 직원 최씨가 지난해 12월 17일 고발인 조사를 받으면서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법인세 포탈로 보기 어려워 태광실업을 피고발인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박 회장만 기소했다. 홍 기획관은 “고발 내용과 달리 박 회장 개인의 소득세 탈루라는 게 법리적으로 맞는 것이었고, 국세청 측도 이에 따라 법인을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압 의혹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의 해명이 다른 것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국세청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 베트남 사업 부탁”=검찰은 10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 발전 사업과 관련한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이날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사실을 적시했다. 정 전 비서관이 2007년 11월 베트남 농득마인 공산당 서기장의 방한 때 노 전 대통령에게 박 회장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농득마인 서기장에게 “박 회장은 내 친구”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뇌물 수수의 공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때 “국익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7년 매각한 306억원어치의 주식 일부를 매입한 15명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13명을 소환조사했으며 그중 일부가 박 회장과 관련된 인물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이 박 회장을 대신해 천 회장 측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식 매매를 통해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수십억원대의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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