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對한국지원 아직 떨떠름…인도네시아 사태등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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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긴가 민가 한다는 말이 있죠? 한국의 외환위기를 보는 금융기관들의 태도가 딱 그렇습니다.” 한국 외환은행 뉴욕지점의 딜링 룸에 근무하는 곽철승 (38) 과장은 지난달말 뉴욕협상 타결후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표현했다.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만기 상환연장 (롤 오버) 은 여전히 잘 안되고 있다.

특히 미국계 은행들은 만기가 닥치면 가차없이 자금을 회수해간다.

일본계 은행들은 대체로 연장을 해주지만 관리.통제가 쉽도록 지점간 거래를 본점간 거래로 전환하고 있다.

유럽계 은행들도 종전 수준 (70~80%)에서 만기 연장을 해줄 뿐이다.

끊긴 대출라인중 아직 1일물 (오버 나잇) 은 하나도 살아난 게 없다.

다만 한국계 은행들이 자산규모를 30%이상 줄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금을 막기가 쉬워졌다.

현재 산업은행 채권은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 (연 5.65%선)에 3.15~3.20%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더해진 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지 S투자회사의 한국계 펀드매니저 J씨는 “미 신용평가기관들이 외채협상 타결후에도 국가 신용등급 조정을 늦추고 있는 것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확신을 못하기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뉴욕 금융계에서는 현재 한국에 긍정적 요인으로 ▶새 정부의 개혁의지▶무역수지 흑자▶일본의 경기호전 조짐 등을 꼽는다.

채권은행중 상당수가 협상 타결안을 외면하거나 정부 지급보증에서 제외된 민간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 중국.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가능성, 인도네시아 사태 악화 우려 등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앞으로 은행간 개별 협상에서 최대한 만기 연장이 이뤄지고 국채 발행 등 신규자금 조달까지 끝나야 한숨을 덜 수 있을 것” 이라며 “그전에는 지뢰밭을 걷듯 조심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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