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품엔 국산상표가 최고…브랜드시장 신토불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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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름만 빌려주고 돈을 버는 국내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IMF 한파로 외제기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라이선스 = 해외 유명브랜드' 라는 등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캐주얼업체 쿠기어드벤처는 지난해 말 라이터업체인 범진통상과 '쿠기5001'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이 분야에 명함을 내민데 이어 경인상사.신우와도 이달 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동안 범진통상은 프랑스 의류브랜드 엘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왔고 경인상사는 볼펜.지우게.연필깎기 등 티티파스를 제외한 전제품을 미치코런던 (日) 브랜드로 생산.판매해왔다.

신우는 미치코런던.닥스 (英) 와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패션시계를 제조한 업체다.

또 에버랜드는 월터 디즈니 (美) 캐릭터로 양말을 만들어온 (주) 아이엠과 잭 니클라우스 (美) 등의 이름으로 우산을 만들어온 동산우산 등 12개 업체와 지난달 라이선스계약을 맺었다.

내용물보다 상표에 따라 판매액이 좌우되는 이미지상품시장에 철저히 외면당했던 국산브랜드가 하나둘 명함을 내밀게 된 것은 IMF시대의 새로운 유통환경 덕분이다.

실제로 달러화 인상으로 연간 1천5백만~5천만원 수준이던 해외브랜드 라이선스 로열티가 2천5백만~1억원 선으로 치솟은 데다 외제기피 분위기의 확산으로 판매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산우산의 권성화 (權成化) 사장은 "IMF시대에 따라 가격인하를 위해서도 국내 브랜드로의 교체가 절실했다" 며 "3만원짜리 잭니클라우스 양산을 에버랜드 브랜드로 만들면 1만8천~2만원까지로 값을 내릴 수 있다" 고 말했다.

게다가 상품기획단계에서 브랜드를 빌려주는 해외업체들이 일부 원자재를 수입품으로 쓰도록 요구, 수입신용장 개설이 어려워진 국내업체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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