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투자숙려 기간을 갖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통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충동적인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기간을 주는데 이 기간을 ‘이혼숙려기간’이라고 한다. 이혼숙려기간은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임신 중인 자 포함)이고 성년 도달 전 1개월 후 3개월 이내 사이의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 성년이 된 날, 성년도달 전 1개월 이내의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 및 그 밖의 경우 1개월이 경과한 후에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혼 숙려기간의 단축이나 면제의 사유는 가정폭력 등 급박한 사정이 있어 위 기간의 단축 또는 면제가 필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이를 소명하여 사유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투자에 있어서도 이러한 숙려기간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2007년부터 몰아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이은 리먼 브라더스등의 투자은행의 몰락과 달러가치의 요동이 이어지면서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소비자나 생산자의 향후 기대지수들의 발표를 보면 상당히 희망적으로 나오고 있고 실제 산업생산이나 부동산 가격의 안정세나 기업들의 실적호조가 맞물리면서 환율하락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나름대로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상담을 해보면 2008년도의 펀드 수익률 하락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대다수이고 쉽게 투자를 시작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회복분위기에 땅을 치고 가슴을 쓸어 내리는 부류가 있으니 바로 2008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펀드 수익률에 대한 실망감으로 환매를 하거나 투자를 정리했던 사람들이다. 한때 70% 이상 하락했던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지난 3월 이후 무려 60%나 상승해서 수익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유가의 상승과 정치적인 안정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데 기존에 눈물을 머금고 환매해버린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소금을 짊어지고 나가니 비가 오는 격으로 정말 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작년의 분위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차라리 환매를 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서 투자를 해 놓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였고 실제로 그렇게라도 해서 추가 손실을 막았던 사례도 많았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쉽게 갈아타기는 하지 말자이다.

실제 주요 자산 별 연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1995년에서 1996년까지의 리츠나 종합주가지수(KOSPI),혹은 금등에 투자를 했으면 몇 년에 한번씩은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평균의 수익률을 보더라도 주식이나 리츠,상품,채권(부동산은 제외)등에 분산해서 3년 이상의 장기로 운용한다면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3년 이상의 기간을 버티느냐와 못 버티느냐에 따라서 수익률의 차이는 극명하게 발생되었고 그 안에서 투자 종목을 변경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나 비용의 부담이 이중으로 다가와서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주식에 투자할 때 격언으로 ‘매수는 새색시같이 매도는 미친 사람 도마질하듯이 해라’라는 말이 있다. 즉,투자는 새색시처럼 수줍게 얌전하게 살짝하고 매도는 맺고 끊음을 명확히 도마질하듯이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하지만 이 격언이 모든 투자에 적용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적어도 원금손실 중이거나 종목별 기간별 분산투자만 제대로 지키고 있다면 나만의 ‘투자숙려기간’을 두고 한달 이라도 급변하는 시장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면서 환매나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겠다.

투자에 대해서 일반인들에게 물어볼 때 가장 많이 대답하는 표현이 바로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채권을 사거나 기타 무엇에 투자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신뢰하고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바로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맹목적으로 주변의 얘기에 귀를 귀 울이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투자숙려기간’을 두고 차분하게 향후 시장 전망을 스스로 예측하고 재투자나 회수를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 보도록 하자.

서기수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