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가구라는 게 안 믿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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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펠레 목공방 천안점의 윤영택 대표(左);가 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회원들은 “무엇보다 내가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껴서 좋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천안 두정동에는 웰빙형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DIY 가구 만들기의 매력에 빠진 ‘헤펠레 목공방’의 회원들.

‘DIY’는 ‘Do It Yourself’ 라는 의미. 이 곳은 규격화된 가구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가구를 제작한다. ‘헤펠레’는 DIY 가구 제작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스타일의 가구들을 제작하고 있다.

집안의 모든 가구 심지어 두꺼비집 케이스까지 바꾸고 있는 서은자 부부, 양평에서 이곳까지 딸과 같이 교육을 받으러 오는 박충렬 주부, 아이의 방을 온통 원목 가구로 채우고 있는 정은경 부부 등이 제작에 열중이다. 요즘은 집안 인테리어·가구를 직접 수리하고 제작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유영택(51) 헤펠레 목공방 대표는 DIY 가구의 매력을 ‘성취감’이라고 말한다.

“주부들이나 직장인들이 스스로가 완성한 작품 하나 하나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가구 혹은 소품이 된다는 것에 자신만의 성취감을 갖는다.”

디자인과 기능성은 물론 내구성이 강하고 튼튼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DIY의 또다른 매력중의 하나.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의 자랑거리’가 된다.

헤펠레 공방에서 교육을 받은 회원들은 리폼보다 좀 더 발전한 가구 개조를 할 수 있게 된다. 리폼은 있는 그대로의 작업물에 페인트나 약간의 장식을 더해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고치는 것. 개조는 가구를 해체해서 구조적으로 보강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실용성을 더해, 이전 보다 더 사용하기 쉬운 가구로 만드는 작업이다.

헤펠레는 오래 두고 쓸 수 있고, 대를 이어 물려 줄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회원들을 위한 공간이다. 친환경 측면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가구 자재는 수입천연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인체 무해한 천연페인트를 사용한다. 식물성 성분과 광물성 성분으로 만들어 과일이나 꽃향기가 난다. 아토피 유발의 원인인 화학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헤펠레 목공에 회원 가입을 하고 3개월 과정의 기초 교육을 받고 나면 수시로 공방에 들러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정회원은 3개월의 교육과정을 포함해 1년씩 유지되며, 연간 회비로 운영된다. 1개월은 입문반 과정으로 선반, 다용도 수납함, 커피 하우스 통, 미니테이블의 4가지 소품을 만든다. 간단한 소품을 만들면서 자재의 구조적 결합과 원목의 특성 등의 교육을 배운다. 2~3개월은 중급자 과정으로 응용단계까지 할 수 있다. 만들 수 있는 가구는 무제한 이다. 휴지상자부터 침대, 장롱까지 목재 가구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헤펠레는 안전을 우선으로 한다. 1대1 교육으로 전동공구나 제단기 사용은 회원 혼자선 사용을 금한다. DIY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목재 재단처럼 위험이 따르는 건 전문가의 감독 아래 기계를 다룬다. 회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대로 목재에 사포질과 페인트질 해 조립한다.

◆“성취감이 대단해요”= DIY공방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집의 크기와 분위기에 맞춰 가구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중3 아들 침대를 만들고 있다”며 “작업 중간 중간 아들이 와서 보곤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내를 비롯해 두 아들 모두 좋아하고 둘째 아들까지 자신의 침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가구점 침대를 살 수도 있었지만 맘에 드는 크기와 색상 실용성까지 생각해 직접 가구를 만들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도 크게 절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DIY의 매력을 3가지다. 첫째, 제작비용이 브랜드 가구 구입 비용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둘째, 기초 목공술만 익히면 웬만한 가구로의 응용·제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소재인 나무는 다루는 사람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김씨는 “향후 창업으로까지 도전할 수도 있고 목조주택의 욕심까지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윤현경(33·주부)씨는 1개월 입문과정의 기초 교육을 받고 있다. 남편 추천으로 시작해 현재는 직접 만들기보다는 지도자의 도움을 받아 익히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전동공구나 기계음이 무서웠지만 차츰 익숙해져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지금은 작은 소품을 만드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시부모님 장롱과 아기 침대에 놀이터를 겸한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강선영(38·주부)씨는 아산으로 이사간 후에도 이곳을 찾는다. 강씨는 현재 3개월 과정을 마치고 TV 장식장과 원탁을 만들고 있다. 두 아들이 서로 자신의 침대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있을 정도로 강씨의 실력은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예전엔 가구를 볼 때 디자인과 색상을 보는 정도가 다였지만, 지금은 원목의 특성, 디자인, 색상, 친환경적인 요소까지 꼼꼼하게 살펴 보는 눈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결혼을 앞둔 한 남성은 신부 대신 직접 혼수(?) 가구를 만들고 있다. 직장 때문에 자주 시간을 낼 순 없지만 퇴근 후 2시간, 그리고 주말을 투자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한 주부는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제품은 완성 후 해체가 쉬워 자동차로도 쉽게 이동 할 수 있다.

강진 주부리포터 kangjin4584@hanmail.net

◆헤펠레 목공방=지난해 가을 60번째로 개설한 천안점은 165㎡(50평) 규모다. 독일에 본사를 둔 헤펠레는 유럽식 가구 기술을 접목해 기능적이고 친환경적인 주문 가구제작 및 DIY 목공교실, 인테리어, 헤펠레 하드웨어와 천연페인트 유통 등을 중점적으로 서비스한다. 천안점 유영택 대표는 헤펠레 본사의 창업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이공방을 열었다. 두정동 대성N학원 인근 건물의 1층. (041)558-7722. www.diyhafe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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