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없는 국회직원 많아…입법연구관 상당수 근무시간중 대학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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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일 오후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내 국회도서관 4층. 본회의 개의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곳에서 입법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입법조사연구관.국회정책연구위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본회의가 끝난 오후4시45분 다시 둘러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슷한 시간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실. 총 14명에 달하는 의장 비서진들이 방마다 앉아 있지만 별달리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金의장은 이중 6천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 한 비서관을 지적하며 "출근해 조간신문에 난 내용을 중심으로 5분 정도 설명하는 것 말고는 아예 일이 없다" 고 한탄했던 일이 있다.

IMF한파로 철옹성이라 불리던 공무원사회에까지 '10% 감원' '정리해고 도입' 등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국회 직원들의 모습이다.

이 뿐이 아니다.

23명의 국회 입법조사연구관중 3분의2가 넘는 16명이 지난 학기에 대학에 강의를 나갔다.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시간중에 버젓이 부수입을 올렸다.

또 각 정당은 당정책을 가다듬는 정책연구위원을 36명씩이나 국회직으로 두면서 18억5천만원의 국회예산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국회의원 2백99명을 포함한 국회 정원은 3천3백77명, 예산은 1천6백69억원. 매년 경비가 2~6%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오는 6월부터는 의원 1명당 4급 보좌관이 1명씩 늘어난다.

지난해에는 국회내 가로등을 '보기좋은' 청동 (靑銅) 제로 바꾸고 의원들 방의 멀쩡한 복사기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했다.

국회사무처는 'IMF 사각지대' 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4일 예산 9.5%를 삭감하고 직원 신규채용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울며 겨자먹기식 '고통분담안' 을 내놓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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