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공계] 2. "의대·약대는 블랙홀 우수학생 다 빨아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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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위기는 서울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의.약학계가 최우수 학생을 불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한민구(전국공과대학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공대 학장은 "고교 졸업 최우수생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질적 위기'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엔 고등학교도 학급당 30여명 수준인데 공대는 교수.학생 비율이 1:40이니 이래서야 대학이라 할 수 있겠나. 공대 실험실을 가봐라. 웬만한 고등학교에 다 있는 에어컨 하나 없다. 이런 곳에서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초일류 엔지니어를 어떻게 배출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이공계 출신 홀대 때문에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겼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법대.경영대 출신보다 대우를 못 받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이공계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 수급불균형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정부.기업이 이공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최상위 대학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공계 대학 간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우리는 모든 대학이 획일적인 백화점식 교육을 한다. 따라서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곳'과 '연구 중심의 인력을 배출하는 곳'으로 나뉘어야 한다. 이공계 인력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으로 구분해 길러내야 한다. 대학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해소된다. 최근에는 이공계에 금융공학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권에서 공대 출신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공계 출신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도록 길을 많이 열어줘야 한다."

특별취재팀=김시래(팀장), 염태정.심재우.강병철(산업부), 김남중.강홍준.하현옥(정책기획부), 김방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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