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름다운 섬 제주의 기록자로 남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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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신의 축복이 내린 땅입니다. 더 이상 훼손돼선 안됩니다. '제주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생각으로 섬 곳곳을 누볐습니다. '사진작가'가 아니라 '제주의 기록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1972년부터 32년간 제주의 자연과 생태계를 렌즈에 담아온 서재철(57)씨. 그는 최근 '제주의 조랑말과 노루' '제주의 야생화' '제주의 버섯' '제주의 곤충' '제주의 새' (일진사) 등 다섯권의 화보집을 냈다.

"내가 살았던 시대의 자연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다"는 그는 지난 3월부터 '자연사랑(寫廊)'이라는 포토갤러리(064-787-3110)도 운영하고 있다.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폐교 가시리초등학교 교사(敎舍)를 갤러리로 꾸민 것이다. 갤러리의 170여평 전시장에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씨가 카메라를 처음 잡은 것은 제주일고 2학년 때인 65년 초여름이었다. 안개비가 내리는 날, 친구들과 한라산을 찾았다가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활짝 핀 연산홍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고, 이를 인화해 본 뒤 평생 카메라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72년 제주신문에 입사한 그는 97년 제민일보 부국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25년간 사진기자로 제주 일대를 누볐다. 노루처럼 산을 잘 오른다고 해서 동료들이 '한라산 노루'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입사 2년 후부터 신문에 '한라산의 꽃'을 연재했습니다. 자연보호운동이 한창일 때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제로 보여주자는 취지였지요. 호응이 좋아 '한라산의 나비''한라산의 곤충'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4대째 제주에서 살고 있는 그는 부인 백영희(49)씨와 1남3녀를 뒀다.

"밖으로만 돌아다녀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산다"는 그는 앞으로는 제주를 주제별로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미(美)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오름(소분화구)의 신비를 카메라에 담고,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주제로 곤충이나 새가 만든 집도 찍을 계획이다.

"셔터를 누를 힘이 남아있는 한 카메라를 멜 겁니다. 제주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마구잡이로 개발하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제주=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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