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주민 찾아가는 ‘자원봉사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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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원봉사의 백화점’ ‘민원 해결사’. 대구 중구가 만든 ‘한마음 순회 봉사단’의 별명이다. 이 봉사단이 14년째 주민을 찾아가고 있다. 매번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만 최고 100명에 이른다. 봉사 프로그램도 18가지나 된다. 봉사단이 오는 날을 기다리는 ‘단골’도 적지 않다.

지난 달 23일 삼덕교회에서 열린 ‘한마음 순회 봉사’ 모습. 자원봉사자들이 주민에게 파마를 해 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달 23일 오전 11시 대구시 중구 삼덕교회 마당.

“할머니, 이쪽으로 보세요. 고개를 저쪽으로 좀 더….”

사진을 찍는 이현준(58)씨의 주문이 이어진다. 이때 할머니 친구들이 끼어든다.

“좀 웃으소, 기임∼치 하소.” 사진을 찍기 위해 앉아 있던 박복순(81·중구 동인동) 할머니가 웃음을 터뜨린다.

박 할머니는 “몇 만원짜리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니 정말 고맙지”라고 말했다. 대기하던 할아버지·할머니 30여 명도 ‘장수 사진 촬영’ 코너에서 차례로 사진을 찍었다. 오래 사시라는 뜻에서 ‘영정’ 대신 ‘장수’ 사진이란 표현을 쓴다고 한다.

한마음 순회 봉사단의 자원봉사 모습이다.

이 행사가 중구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음 순회 봉사단은 1996년 조직됐다. 남산종합사회복지관이 행사를 주관한다. 자원봉사자는 지역 병·의원의 의사와 간호사, 이·미용사, 안경사협회 회원 등이다. 중구청은 노인들에게 줄 돋보기와 지팡이 등의 구입비를 댄다. 봉사 장소는 중구의 교회 6곳이 제공한다. 행사는 매년 6∼10회 열린다.

봉사가 시작되면 주민 수백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중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91차례 행사에 자원봉사자 6000여 명과 주민 9만4000여 명(분야별 수혜자 합계)이 참가했다.

가장 인기 있는 봉사는 한방치료. 60∼80대 할아버지·할머니가 많아서다. 교회 지하 120㎡의 유치부 방에 ‘한방 진료’ 코너가 차려졌다. 방에는 쑥뜸 향기가 가득하다. 손팔만(84) 할아버지는 “뜸을 뜨니 아픈 무릎이 다 나은 것 같다”고 좋아했다. 진료를 맡은 김성진 홍제한의원 원장은 “함께 나누며 사는 게 행복한 삶 아니냐”고 반문한다.

한마음 순회 봉사에 주민이 몰리는 것은 서비스가 다양해서다. 한방진료·건강검진, 이·미용, 물리치료, 가전제품 수리에서 지팡이·돋보기 안경 지급 등 18가지 서비스가 있다. 이용자들은 한 번에 3∼4가지 봉사를 받을 수 있다.

중구청 서상돈(53) 복지기획담당은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 항목을 더 만들 수 있도록 지원액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신상윤 남산사회복지관 관장
“주민 가려운 곳 긁어 줄 서비스 발굴”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 신상윤(49·사진) 관장은 중구청의 의뢰를 받아 첫해부터 한마음 순회 봉사를 주관하고 있다. 그는 “중구청의 의지와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이를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미용 봉사의 경우 초기에는 커트만 했지만 지금은 파마·염색도 해 줍니다. 의사·한의사의 진료와 치료 등 알찬 건강 프로그램이 많지요.” 봉사단은 초기에 10개던 활동 분야를 18가지로 늘렸다. 그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행사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신 관장은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를 더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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