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장리 발굴’ 손보기 박사 연구자료 한곳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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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고고학자 손보기(87) 교수는 구석기 유적 발굴로 한반도 선사시대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했다. 사진은 1978년 충북 제천 점말 용굴의 구석기 유적 발굴 현장에서 손 교수의 모습. [중앙포토]

 “우리에게 ‘구석기 시대’가 있었을까?” 지금이야 바보 같은 질문으로 보이지만,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가 과학적으로 확증된 것은 1964년 공주 석장리 유적을 발굴하면서부터다. 많은 학자들이 ‘구석기 시대’의 존재를 믿지 않았을 때, 발굴의 첫 삽을 뜬 인물이 원로 고고학자 손보기(87) 전 연세대 교수. ‘식민사학’은 ‘일본 군주보다 앞서는 역사’를 한반도에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실증적으로 뒤엎어 한반도의 역사를 앞당긴 발굴의 지휘자가 손 교수였다.

5일 충남 공주 석장리박물관 내에 ‘파른 손보기 기념관’이 개관한다. 손 교수의 호 ‘파른’은 늘 푸르름을 상징하는 말이다. 석장리 유적은 손 교수가 연세대 대학원 사학과 팀을 이끌고 64년 첫 삽을 뜬 뒤 92년까지 12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됐다. 유적에선 구석기 시대 전기·중기·후기와 중석기 시대의 다양한 문화층이 확인됐다.

연면적 188㎡의 기념관은 손 교수가 지난해 공주시에 기증한 평생 연구자료와 수집유물 1만 여 점으로 꾸려진다. 손 교수가 직접 쓴 석장리 발굴 일지도 전시된다. 손 교수가 일군 또 하나의 대표적 업적인 고활자·인쇄 연구 자료도 중요한 전시물이다. 손 교수는 5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영문 학술지에 ‘한국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앞선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개관식 행사에는 국악 신동 고한돌(9)군의 판소리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됐다. 041-840-2491.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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