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으론 불법 … 시범사업으로만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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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12면

교정시설 원격진료를 위한 법무부-서울대병원 간의 협약은 10여 년 이상 시범사업으로만 진행돼 온 국내 원격진료의 활성화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원격진료 어디까지 왔나

두 기관의 목표대로라면 현재 전국 8개 교정시설에서 시행되고 있는 원격진료는 2011년께 47곳 모두로 확대된다. 대상자는 5만여 명에 이른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당뇨병 노인 환자나 산간·도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진행됐다.

또 현재 시행하는 원격진료는 엄밀하게 따지면 대부분 ‘원격진료 자문’이다. 현지 환자가 가까운 보건지소에 나가 그곳 의료인과 함께 영상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집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때는 방문 간호사 등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상을 통해 의사가 약을 처방해 주면 현지의 환자가 약을 받기 위해서는 약국에 직접 가야만 했다. 환자의 이동을 줄이려는 원격진료의 본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형태다.

서울대 의대 김주한(정신과) 정보의학실장은 “현행 의료법은 원격진료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진료비의 건강보험 적용이라든가 약 배달 등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현재는 시범사업으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가해 줘야만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이 있는데도 원격진료 시스템은 가장 낙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협약에 앞서 서울대병원 측은 복지부로부터 이런 모든 문제에 예외적인 시범사업으로 허가를 받았다. 교정시설 측 의료인의 입회 없이 원격진료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진료비가 모두 인정되며, 의약품 대리 수령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김 실장은 “비록 교정시설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라고는 해도 이런 대규모 시범사업에 예외를 인정해 준 것은 정부의 입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원격진료는 사실 정부가 현재 신산업동력으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U-헬스’의 기본 단계다. U-헬스는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있는 곳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병원 아닌 곳에서 진료할 수 없게 돼 있어 원격진료는 원칙적으로 할 수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에선 이미 U-헬스가 상당 부분 허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의료비나 유사 의료행위가 증가할 것을 걱정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교정시설이나 산간벽지 등 제한적인 대상에 대해서는 원격진료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단계적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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