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도 안 가고 접촉도 없었는데 … 버스기사 세 번째 추정환자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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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신종 플루 추정환자 C씨(57)는 첫 번째, 두 번째 추정환자와 여러모로 다르다.

첫 번째 환자 A씨(51·여)는 멕시코를 여행한 적이 있지만 C씨는 그런 적이 없다. 두 번째 추정환자 B씨(44·여)는 A씨한테 감염된 게 확실하지만 C씨는 그렇지도 않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까지 감염 경로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C씨가 운전하는 버스에 외국인들이 많이 탄다는 점 정도로는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들다. C씨 같은 경로로 감염됐을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C씨의 행적이다. A·B씨는 다른 사람을 별로 접촉하지 않았다. 같은 수녀원에 사는 동료 수녀들 중에 증세가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C씨는 지난달 23일 독감 증세를 보인 이후 29일까지 계속 일을 했다. 특히 기침이 심했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다. 1~7일인 잠복기를 감안하면 지난달 17~30일 사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 지난달 23일 이미 기침과 발열 등 신종 플루 증상을 보였지만 1일에야 추정환자로 확인돼 이날 오전 4시 격리되기 전까지 2교대로 계속 버스를 운전했다. 증세를 나타낸 이후만 잡아도 최소 사흘 정도는 하루 종일 운전을 했다. 수없이 승객이 타고 내리기 때문에 그동안 접촉한 사람이 어느 정도일지 추정하기 힘들 정도다.

B씨는 승용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두 시간 A씨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감염됐다. 근접 접촉이었다. 하지만 C씨와 승객들은 A·B씨와 달리 근접 거리가 덜 밀접하기 때문에 감염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

질병관리본부 고위 관계자는 “추정환자 본인이 ‘내가 왜 이 병에 걸렸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며 “버스에 탔던 승객이 누군지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추적조사는 불가능하고 신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C씨의 근무 지역인 인천에서 멕시코 등 위험 국가 여행 전력이 없어도 비슷한 증세만 있으면 검체를 채취해 정밀 검사를 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를 먹어 증상이 완화돼도 완치된 게 아니라면 공기나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매년 독감 유행철이 끝나는 3~4월에 유형을 알 수 없는 A형 바이러스가 2~3건 발견된다”며 “예년 같은 돌연변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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