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1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거리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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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그 후 1년이 지났다. 촛불집회에 대해 “시민들의 능동적인 정치 참여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순수성을 잃은 정치 투쟁일 뿐”이라는 반론도 크다. 촛불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무엇인지 전문가들을 통해 짚어봤다.

◆절제 없는 민주주의의 위험성=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 교수는 “민주주의가 꽃피려면 절제력도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촛불집회가 후반으로 가면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개입으로 순수성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 뒤에 폭력의 쇠파이프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절제력 없는 의사 표현은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촛불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시위대의 도심 점거로 수많은 시민의 발이 꽁꽁 묶였다.

성균관대 김일영(정치외교) 교수는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비약적으로 커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책임감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지난해 PD수첩 보도는 어느 정도 과장과 왜곡이 있었다”며 “언론도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와도 충돌한다. 촛불시위대가 복음처럼 여겼던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법치주의의 틀을 벗어날 경우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촛불이 남긴 과제는=고려대 김문조(사회학) 교수는 “촛불이 다양한 이슈를 다루면서 집단적 의사 표현 양식의 하나로 굳어졌다”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택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시민들의 참여와 대의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시민의 자발적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대 신진욱(사회학) 교수는 “국민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 촛불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통제하고 질서 있게 나타낼 것인가에 관한 방법을 찾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경희대 이택광(영미문화) 교수는 촛불집회 현상에 대해 ‘정치 불신이 빚어낸 하나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했다. 촛불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출발했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어젠다나 전략·대안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장주영·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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