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자전거 정책 핵심은 편하게, 안전하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발언 이후 자전거 교통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자전거 도로를 전국 해안도로 중심으로 3000여㎞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선진국의 자전거 정책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일찍이 네덜란드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올바른 통행규칙을 법제화시켰다. 이는 자전거를 자동차와 동등하게 만들었고 전용 도로를 확충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국민 1인당 1대꼴로 자전거를 보유하는 ‘자전거 대국’이 됐으며, 수도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출퇴근 통행비율은 47%에 이른다. 이러한 배경에는 1970년대 초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 폐해로 환경 문제와 함께 시민건강이 위협받자 과감하게 친환경 자전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동의 자유를 헌법에서 찾고 있는 프랑스는 셀프서비스(Self Service) 대여 방식인 ‘벨리브(Velib)’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95년 대중교통 노조 파업으로 버스·지하철이 멈춰 서자 자전거 교통을 이용하도록 한 배경을 갖고 있다. 파리시의 경우 2013년까지 자전거 도로망을 500㎞로 확충하고 자동차 이용률을 20%까지 감축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도시교통으로 노면전차를 부활시켜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도로공간 재분배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자전거를 생활 속 깊이 정착시킨 사례로 손꼽힌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전거는 가까운 역까지의 이동이나 쇼핑·통근·통학을 위한 단말교통수단이다. 도시교통에서 5㎞ 미만 근거리는 40%가, 10㎞ 이내는 75%가량이 자전거가 차지할 정도다. 최근 지자체와 경찰은 전체 교통사고의 약 20%에 이르는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어려서부터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이 참가하는 교통안전협의회를 만들어 초·중학생뿐 아니라 주부를 대상으로 ‘자전거 운전면허증’ 발급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의 자전거 정책은 국가별로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전거 인프라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보다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얼마나 ‘개인 효용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친환경·사람 중심의 ‘녹색교통’의 핵심은 얼마나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자전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자전거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의 국책사업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의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때만이 선진국처럼 당당하게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