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금리 높아도 대출받아 예금하면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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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각 금융기관들이 다투어 연 20%가 넘는 높은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예금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일반인들 입장에선 은행빚을 싸게 얻을 수만 있다면 이참에 대출을 받아서 고금리상품에 굴리면 제법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 이미 은행빚을 얻어쓰고 있는 사람중에도 돈이 생기면 대출금을 갚기보다 그 돈으로 새로운 예금을 붓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출금으로 예금하기 보다는 기존 대출금을 한푼이라도 더 갚는게 'IMF시대의 재테크 요령' 이라고 권한다.

그 실상을 알아보자.

◇ 대출받아 예금하면 남는게 없다 = 대출금리가 연18%선이고 예금 이자율이 연20%를 넘으면 대충 따져봐도 남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반인이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다.

대출은 이자율이 연18%이더라도 이자를 매달 내야하기 때문에 1년동안 예금을 붓고 만기때 이자를 받는 정기예금식의 이자율 (복리) 로 환산하면 연19%에 해당한다.

이렇게 대출받은 돈으로 예금을 해서 대출이자를 맞추려면 금리가 적어도 25%는 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올들어 이자소득세율이 22% (소득세20%와 주민세2%) 로 높아져 세후 이자율이 19%를 넘으려면 세전금리가 연 25%를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로선 25%이상의 이자를 주는 확정금리 상품은 없고 실세금리 연동상품의 경우도 1년후까지 현재의 고금리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 대출금리 얼마나 되나 = 일반인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는 우대금리 (프라임레이트)에다 대출자의 신용등을 평가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것인데 프라임레이트가 인상되면 기존 대출의 금리도 오른다.

은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근 프라임레이트가 올라 가계일반대출 금리는 18%~22%까지 적용된다.

신탁대출의 금리는 이보다 1~2%포인트 정도 높다.

금리가 낮다는 주택은행의 20년짜리 주택구입자금대출도 신규대출은 14.5%, 기존대출은 12.5%까지 올랐다.

주택은행의 가계일반대출 금리는 17% 수준이다.

◇ 1천만원 대출 비용 (1년) =이자율 18%의 일반가계대출을 받았을 경우 매달 15만원씩 1년간 모두 1백80만원을 이자로 내야한다.

이를 정기예금식 이자율 (복리) 로 환산하면 이자비용은 1백95만6천1백81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인지대로 1만원이 들고 담보대출의 경우 총대출금액의 약 1%가 설정금.인지대등 부대비용으로 추가된다.

물론 신탁대출의 경우는 이보다 이자를 더 내야 한다.

◇ 1천만원 예금이자 (1년) =요즘 고금리상품의 대표격인 신종적립신탁에 1천만원을 넣어 22%의 실세금리가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자. 1년후 이자금액은 2백20만원이지만 여기서 세금 (48만4천원) 을 뺀 실제 이자소득은 1백71만6천원에 불과하다.

여기다 앞으로 1년이내에 실세금리가 떨어질 경우 이자소득은 더 줄어든다.

김소현 기자

도움말 주신분 : 하나은행 개인금융 상담역 문순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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