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사람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 불륜 벗어날 방법은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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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불륜의 심리학
게르티 젱어 외 지음, 함미라 옮김
소담출판사, 296쪽, 1만2000원

왜 사람들은 한 사람만 사랑하지 못할까. 혼전에는 ‘양다리 걸치기’ 또는 ‘삼각관계’라 해서 다소 관용적인 표현이 쓰이지만 ‘불륜’ 혹은 ‘내연관계’라 불리는 혼외정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벌어진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들이 이 ‘은밀한 사랑’의 원인과 처방을 3년간 학문적으로 연구해 책으로 정리했다. 주로 정신분석학과 진화생물학 이론을 동원한 지은이들은 대체로 외도를 인간의 천성 탓으로 보는 듯하다. 이들의 시각은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짝을 이루게 하려는, 유전적으로 뿌리 박힌 정서적 기폭제”라는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에 따르면 일부일처제의 토대는 약 400만년 전에 형성됐다. 인간이 ‘냄새를 맡던 동물’에서 ‘시선을 교환하는 동물’로 바뀌면서 특정인물에 국한된 애정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853개 문화권 중 일부일처제가 명문화된 곳은 16%에 불과할 정도로 ‘정절은 문화의 산물’이라 한다. 조사 결과 결혼 4년 차부터 이혼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도 부부의 강한 결속이 차세대 양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4년간 만 유효하기 때문이라나.

불륜을 결혼에 깃든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는 듯한 지은이들의 주장에 불편해 할 것은 없다. ‘행복한 불륜’은 없다고 제동을 거니 말이다. 장기적인 내연관계에서는 열정-후퇴-격리-인격해체라는 심리적 사이클을 보이며 결국은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고 한다. 불륜의 사랑이 ‘승리’를 거두는 경우는 대략 3분의 2정도인데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정신과 교수 프랭크 피트맨에 따르면 그나마 불륜으로 맺어진 부부의 절반 정도는 다시 이혼으로 치닫는다고 한다.

지은이들이 체질과 애착, 유아기 때의 인간관계 등을 고려해 바람 피우는 사람의 유형을 분석해 놓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어릴 적 부모와 자녀간의 오이디푸스적 삼각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관계의 파괴자’가 되는 ‘밀렵꾼 형’ , 은밀하게 다가가 처음엔 작은 것에 만족하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전략가 형’ 등 알아두면 대처에 도움이 될 설명이 나오는 덕분이다. 지은이들은 수많은 임상사례를 토대로 로맨틱한 열애와 일상의 삶은 결합될 수 없다며 불륜으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니 실용성을 겸비한 책이기도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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