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국회 동의 미리 받아둬 신속히 구조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판단에서인지, 이제는 위기 이후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재정건전성 확보, 시장 자율의 복원, 녹색산업 육성 등에 방점이 찍혔다. 현오석 KDI 원장은 “우리가 바라는 경기 회복은 W자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회복 아니냐”고 되물었다.

단기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부 지출과 개입을 늘린 현재의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현 원장은 “추가적인 충격이 도래하지 않는 한 현재의 거시경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통화 스와프를 비롯한 외화 유동성 관리 조치는 꾸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 조성에 필요한 국회 동의를 미리 받아둬야만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채욱 KIEP 원장은 “경기 회복 속도를 높이려면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은 위기 극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이왕 만든 대책은 신속하게 집행하되 시장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현 원장은 “중장기적 구조개혁은 단기적인 경기에 연연하지 말고 한결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대책에 대해선 “정부 주도의 일자리 나누기는 미봉책”이라며 “기업이 성장과 비용 절감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시장 중심의 일자리 나누기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는 “경제위기가 민간 부문을 옥죄고, 규제를 강화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며 “위기상황이 끝나는 즉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금융 규제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과 정부의 경기 인식이 따로 놀지 않도록 정부가 생각하는 불황 탈출의 수준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외대 김윤형 명예교수와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서 녹색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20세기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했던 역할을 21세기엔 녹색산업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달러값을 떨어뜨려 세계적 무역 불균형의 개선과 부실화된 자산을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에 시작된 토론회엔 100여 명의 청중이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한 대학생의 질문도 있었다. 이들은 빵으로 아침을 하며 2시간40분 동안 계속된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봤다. 이용만 전 재무장관,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도 참석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