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시장 '저금리' 호황…연 5%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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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각국의 채권 시장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미 채권시장에서는 최근 10년물 회사채의 발행 금리가 연 5.46% (수익률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21일부터 뉴욕에서 시작되는 채권은행단과의 협상에서 가능한한 낮은 금리로 채권발행을 할 수 있도록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세계적 금융정보조사업체인 캐피털 데이터에 따르면 메릴린치와 모건 스탠리 등 전 세계 주요 20개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발행한 채권 규모는 96년보다 9.2% 증가한 7천4백20억달러, 채권 종류로 따지면 4천6백가지에 이른다.

올들어서도 미.일등 선진국들의 장기 금리가 낮아져 기업들이 앞다퉈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으나 실세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94년 연 8%까지 뛰어올랐던 10년 장기채 수익률이 지난 13일 연 5.75%로 떨어지자 하루만에 44억달러 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그럼에도 15일 채권 발행 수익률은 다시 5.5% 밑으로 하락해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매입이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미국 시장에서 올들어 발행된 채권 규모는 이미 5백억달러를 넘어섰다.

30년 장기채 수익률도 지난해 12월 중순 연 5.69%를 기록한 이래 최근 5.6%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10년 만기 채권의 연 수익률이 독일의 경우 연 5%대, 영국 등 다른 나라는 6%대까지 떨어지면서 채권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현금을 더 선호하는 유럽에서도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사설 철도회사인 레일트랙의 제럴드 콜빗 회장은 "낮은 금리로 인해 외부 자금의 이점이 증대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은 크게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발행 조건이 유리해지자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눈을 돌리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미 전화업체 AT&T의 자회사인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고금리의 단기부채를 금리가 낮은 장기 채권으로 바꿔 놓기 위해 지난주 3억달러의 30년 무보증 장기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한국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단들은 우리나라의 단기 외채를 장기 채권으로 전환해 주면서 연 11~13%의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전력 등이 외환위기전에 발행한 4년 만기의 글로벌 본드는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매물이 많이 나와 유통수익률이 연 12~13%까지 치솟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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