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이래야 출세"…과학잡지 네이처가 소개하는 '8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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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과학자가 돼서 노벨상을 타겠어요.” 이는 많은 어린이들이 품고 있는 장래 희망. 그러나 이 꿈을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막연히 품어오던 과학자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주된 이유는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연구도 할 수 없기 때문.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우선 유명해지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유명해지면 돈이 모이고, 재원이 있으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잡지 네이처가 이런 현실에서 '스타 과학자가 되는 팔계명 (八誡命)' 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팔계명은 다소 조롱조이긴 하지만 때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하는 과학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1.연구 주제를 신중히 선택하라. 예컨대 생물학이라면 제약회사의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2.발견은 센세이셔널해야 한다.

암치료에 쓰일 수 있는 세포성장 조절 유전자 발견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3.그럴듯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특허를 내라. 망설이다가 같은 실험실의 고참 연구원한테 특허권을 뺏길 수도 있다.

4.유명 학술지 하나에만 논문을 기고하려 하지마라. 몇몇 학술지 편집장과 동시에 접촉해 “내 논문을 2주안에 실어줄 수 있느냐. 커버스토리로 다뤄줄 수 있는가” 등을 물으며 은근히 압박하라. '언론 플레이' 에 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5.일단 논문을 제출한 후 편집자에게 당신의 경쟁자에게 연구논문 내용을 알려주면 안된다고 말해라. 당신과 직접 경쟁하는 연구자에게 당신의 논문은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6.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라. 학술지 편집장에게 당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박박 우겨 좋을 것 없다.

7.당신의 논문이 실려나오는 날짜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든지 보도자료를 뿌려라. 당신의 대학이나 연구소에 홍보실이 없다면 사설 홍보회사에 부탁해도 좋다.

8.과학자도 섹시해야 한다.

세계 톱 모델인 클라우디아 쉬퍼 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쑥한 차림에 외모도 눈길을 끄는 것이 좋다.

이제는 굵은테 안경에 꾀죄죄한 모습이 훌륭한 과학자의 전형인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네이처는 위의 팔계명에도 예외는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이 없는 분야, 그러면서도 유망한 연구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유명한 연구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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