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신 대지진 3년후 아직도 4만여명 내집없어 생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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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신 (阪神) 대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 17일로 만 3년.

6천4백30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 재난의 생채기는 아직도 다 아물지 못했다.

지금도 2만5천가구 4만명 이상의 이재민들이 가설주택에서 어려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진피해의 후유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람이나 이혼 등으로 가정파탄에 이른 사람도 많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생활하던 노인이 가설주택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모습은 참상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지진은 인구동태학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고베 (神戶) 지역을 등지고 떠난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

4조엔 (약 48조원)에 달하는 복구자금을 쏟아 붓고도 피해지역의 산업과 주민생활의 회복은 70%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베 지역의 복구작업은 '규제완화 - 지방분권' 이라는 두 가지 틀에서 추진되는 일본 구조개혁의 모델케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재원 배분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주도로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종래의 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피해 복구가 더딘 이유에 대해 "진도 7의 대지진에도 꿈쩍하지 않는 중앙집권시스템 때문" 이라고 꼬집었다.

한신대지진이 일본에 던져준 교훈은 국가 위기관리 능력과 자원봉사 등 인간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가 행정개혁에서 총리관저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대지진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재난 복구를 위해 지난 3년간 일본이 보여준 모습은 비록 미진한 점이 있었다 해도 인재 (人災) 성 재난이 많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 크다.

그것은 바로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구호성 캠페인보다 끊임없는 원인규명 작업과 항구적 대책, 위기관리 능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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