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80억달러 조기 지원 제동…"장기채전환협상 결과보고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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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이 늦어도 이달 15일까지는 주겠다고 밝혔던 80억달러의 협조융자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 금융계와 한국 정부의 외채상환 재조정 협상을 지켜본 뒤 돈을 주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까지 직접 나서 미국의 협조를 부탁했지만 미국측은 사실상 조기지원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16일 오전 일산 金당선자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金당선자가 "우방국이 조기지원키로 한 80억달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단기외채 상환에 큰 문제가 있다" 며 협조를 요청한데 대해 "서방선진7개국 (G7) 이 한국에 지원키로 한 80억달러는 미국 금융계의 대한 (對韓) 지원과 연계돼 이뤄질 것" 이라 밝혔다고 박지원 (朴智元) 당선자대변인이 전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80억달러가 미국 금융계 지원에 앞서 들어오면 한국 금융기관들이 (단기채 상환 등에) 먼저 사용할 우려가 있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한국측의 외채상환 재조정 협상문제에 대해 "조건도 중요하지만 빨리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서머스 부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JP 모건.골드먼 삭스를 비롯한 미국 은행.증권사들이 한국 정부와의 단기외채 중.장기전환 및 협조융자 등과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는 터에 80억달러의 협조융자 자금이 지원되면 자국 금융기관들의 입지가 약화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지고 있는 단기부채를 중.장기 부채로 전환하면서 ▶6%포인트 선의 가산금리▶한국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국채와의 맞교환 등 국제금융 관례상 찾아보기 힘든 요구를 해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계 금융기관들, 협상을 벌이고 있는 터에 80억달러의 협조융자 자금이 지원되면 자국 금융기관들의 입지가 약화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지고 있는 단기부채를 중.장기 부채로 전환하면서 ▶6%포인트 선의 가산금리▶한국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국채와의 맞교환 등 국제금융 관례상 찾아보기 힘든 요구를 해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계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해오자 한국의 신용등급이 오른 후 해외국채를 발행, 금리수준을 낮추고 만기전 상환을 보장받는 등의 보완조치를 관철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지난해 12월24일 공식적으로 밝힌 자금지원 일정을 늦춰 가면서까지 자국 금융기관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고 외국환관리법 폐지, 적대적 인수.합병 (M&A) 허용 등 자국의 관심사를 관철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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