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아파트시장에 '평수 줄이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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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형아파트가 좋다' .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아파트시장이 중.대형에서 소형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금리.기름값이 급등하자 직장 근처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소형평수로 이사하려는 직장인이 늘면서 서울 출퇴근자들의 인기 주거지역인 분당.일산.수지 등지의 대형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 변두리 소형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는가 하면 그동안 인기가 없었던 전용 18평이하의 주공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차량유지비.아파트관리비 등을 아끼기 위한 수요변화에다 집 평수를 줄이면서 생기는 여유자금을 이자가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부쩍 많아진 데 따른 영향 때문이다.

부동산업소들에 따르면 서울행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은 용인수지의 경우 지난해 11월만 해도 9천만~1억원 수준이던 33평형 전세값이 최근들어 6천만원대로 급락했다.

한동안 1억원대가 넘던 일산 후곡마을 47평형 전세값은 37평형 수준인 7천5백만원으로 내렸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분당야탑역 인근 48평형 매매가격은 3억3천만~3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천만원 떨어진 반면 32평형은 2억~2억2천만원으로 1천만~1천5백만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 일대 전세값도 48평형의 경우 1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2천만원 하락한데 반해 32평형은 8천5백만원선으로 1천만원 정도 내려 48평형과 32평형 전세값 차이는 지난해 11월 4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으로 좁혀졌다.

부동산랜드 분당 야탑점 문홍주사장은 "종전 문의자의 절반수준이던 32평형이하 수요자들이 올들어서는 70%이상으로 증가했다" 며 "IMF 한파가 아파트 선호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서울 외곽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평형별 수요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그동안 서울 근교로 이주했던 서울 출퇴근자들 가운데 전철이나 버스편이 좋은 서울 변두리지역으로 되돌아 오려는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노원구하계동 아주공인 정의영사장은 "최근들어 30, 40평형대에 살던 사람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고 20평형대로 옮기겠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의정부 등지의 거주자들도 심심찮게 찾아오고 있다" 고 전했다.

현재로선 수요급증에 따른 소형 아파트값 상승기미는 없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면 중.대형은 떨어지고 소형은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와 함께 투자가치가 없다며 한동안 외면당해오던 소형 주공아파트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IMF구제금융 발표이후에 분양된 경기도오산시 운암 등 6개 주공아파트의 경우 전체 4천6백27가구중 4천3백73가구가 분양돼 초기 분양률이 무려 95%에 달했고 남양주시 청약 등 5개지구 미분양 아파트 4천5백58가구중 2천9백72가구가 최근 한달반새 팔렸다.

주공 판매관리부 김병서과장은 "IMF시대를 맞아 중.대형보다 자금부담이 적고 부도위험이 없는 주공아파트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최영진.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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