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두세명이 퇴직금 모아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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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건설업체에 다니다 지난해 9월 실직한 李모 (48.전북전주시완산구평화동) 씨는 같은 처지의 친구 吳모 (47).金모 (47) 씨와 함께 최근 배관 전문의 Y건설회사를 설립했다.

각자의 퇴직금을 모아 자본금 2억여원도 마련했다.

李씨는 건설행정에 밝은 편이어서 관공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전주지역 건설업계의 마당발로 알려진 吳씨는 대형업체로부터 공사를 하청받는데 한몫하고 있다.

세무행정.경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金씨는 회사 살림살이를 꼼꼼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李씨는 "실직으로 앞길이 막막했으나 좌절감에 빠져 살 수만 없어 친구들과 힘을 합쳤다" 고 말했다.

또다른 金모 (37.전주시덕진구금암동) 씨는 회사 부도로 일자리를 잃고 회사 동료 李모 (39.전주시완산구삼천동) 씨와 함께 퇴직금 2천만원으로 지난해 11월 포장마차를 차려 한달 평균 3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 실직자들끼리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퇴직금을 투자, 포장마차에서 소규모 건설업체까지 설립하는 사업체 창업 붐이 일고 있다.

13일 전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두달동안 주식.유한회사 형태의 상업등기 접수가 7백10여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 96년 같은 기간 3백60여건의 약 두배다.

또 광주지법의 경우 최근 두달동안 상업등기가 1천92건 접수돼 1년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상업등기 신청 회사들은 90%가 소규모 건설회사로 자본금은 3억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접수되는 상업등기의 70%가 사업 경험이 없는 실직자들끼리 퇴직금을 모아 회사를 설립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세무서 관계자도 "퇴직금을 모아 커피숍.고물상 등을 설립하는 사업자 등록이 최근 30% 가량 늘었다" 고 전했다.

전주.광주 = 서형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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