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국제금융의 봉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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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寒波) 로 서민들은 단돈 백원이라도 아껴 쓰려고 하는 요즘 무정한 국제금융계는 이런 한국경제 위기를 자기들의 이익 올리는 장사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요사이 국제금융계의 움직임을 주시하자면 우리만 골라 처벌하고 있지 않나 느낄 정도로 한국이 혹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번 세계은행 (IBRD) 30억달러 차관의 이자는 통상적 세계은행 대출금리인 리보 (LIBOR) +0.25% 실질마진 보다 무려 네배나 되는 1% 마진을 부담할 뿐 아니라 수수료 (service charge) 명목으로 2%인 6천만달러를 미리 떼였다.

또 수수료로 앞으로 2년간 1.5%를 물게 돼 4천5백만달러 (약 8백억원) 를 국민의 세금으로 더 갚아야 한다.

세계은행 50여년 역사상 통상적 이자 외에 수수료를 물린 적이 없었는데 우리나라는 이자마진도 네배나 더 물 뿐 아니라 전수수료 (front - end fee) 와 후수수료 (back - end fee) 두가지를 지불하는 첫 케이스가 됐다.

IMF의 차관조건은 세계은행 것보다 더욱 혹독하다.

우리나라는 IMF의 통상적인 이자율에다 매년 3%의 마진을 더 부담하게 됐고 이 마진은 반년마다 0.5%씩 상승해 최고 5%까지 올라가도록 돼 있다.

이러한 조건은 역시 IMF 50여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그 적용국이 됐다.

국제기관들이 이 정도니 국제 민간은행들의 탐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은행들은 한국 민간업체들의 단기외채를 5~10년 장기의 한국정부 국채로 대체할 목적으로 우선 2백억~3백억달러의 장기국채 발행을 우리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이중 반은 곧 만기가 될 우리나라 은행들 빚의 채무교환으로 쓰고 나머지는 외환보유고 충당에 이용하자는 그럴듯한 내용이다.

박윤식<미국 조지워싱턴대교수·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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