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이 짠 인간망…인터넷 사이트 '6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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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어떤 가설 하나. 지구상 모든 사람들을 최대 6단계 또는 그 이하에서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연결한다.

즉 A는 B를 알고 B는 C를 알고 C는 D를 알고…. A는 B를 통해 C를 알게 되고 다시 C를 통해 D를 소개받는 식이다.

그렇다면 우연히 택시에 합승한 아줌마의 여동생이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의 여자친구더라, 이런 게 가능할 거다.

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는 이런 가설에 착안해 새로운 '인간망 짜기' 를 시도하는 곳이 있다.

'6단계' 라는 인터넷 사이트 (http://www. sixdegrees. com)에 가보자. 1단계는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이다.

가족.친척.친구.고객 등. 2단계는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로 구성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의 직장동료라든가 삼촌의 대학동창. 다시 연결고리를 만들면 3단계가 된다.

어머니 직장동료의 동생.삼촌의 대학동창의 부인 등. 이런 식으로 나가다 보면 한다리 넘고 두다리 건너 알음알이로 아는 사람들끼리 촘촘한 그물망이 짜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6단계' 네트워크로 하는 일이 뭘까. 우선 '내 게시판' - 네티즌에게 익숙한 '질문과 대답' 게시판과 흡사하다.

그러나 내가 올린 게시물은 나를 중심으로 한 '써클' 에서만 읽을 수 있다.

'소호에 있는 아파트를 구합니다.

도와주실 분 없으세요' 라고 글을 올리면 '소호 적극 추천!' 이라든가 '나 같으면 이사 안가요' 등의 도움글이 올라온다.

'단서' 를 가지고 사람을 찾을 때 유용한 '네트워크 미 (me)' 도 있다.

가령 보스턴으로 이사를 가게 된 A씨가 그곳에 사는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는다고 하자. 검색조건은 변호사, 보스턴 거주. 검색결과는 1단계 1명, 2단계 3명. 소식 끊긴지 5년이 넘은 유학시절 친구를 찾고 싶다.

손에 쥔 건 이름 석자와 어떤 계통의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뿐이지만 어쨌든 검색을 시도해볼 수 있다.

'사람' 은 있는데 나와 연결할 방법을 모를 때는 '커넥트 미' 를 써먹는다.

예를 들어 B씨는 다음 주에 사업상 아주 중요한 고객인 C씨와 만날 일이 있다.

물론 초면이다.

C씨의 이름과 직업을 쳐 넣는다.

결과는 1단계에는 물론 없고 (직접 모르므로) 2단계 1명. C씨는 B씨 누나의 고객이다.

3단계도 1명 있다.

B씨 누나 남편의 친구다.

이렇게 되면 아는 사람을 통해 미리 다리를 놓을 수 있다.

익명성을 이유로 못믿을 인터넷 정보가 판을 치는 마당이니 그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만족스럽게 활용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컴퓨터 잡지 기사를 읽고 회원이 됐다는 장일준 (28.회사원) 씨는 “전세계적으로 회원이 30만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1천만명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

숫자가 너무 적어 설령 외국인 친구가 많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활용이 안된다” 고 말한다.

내친 김에 한국판 '6단계' 의 등장을 예견한다면….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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