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서른살 신입사원, 이래야 해결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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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 보기)에서는 20대들의 사회 진입이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지출과 취업 인력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제 때에 사회 진출을 하기 위해 취업 준비생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기업, 정부에 필요한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다.

취업 준비생 – 적극적인 경력 탐색과 자기 평가가 필요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는 많아야 2-3번의 목표 설정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의 목표가 끝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대학생들의 제한된 경험과 사고를 고려할 때 그런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필자의 경우는 처음 가진 목표가 영화 제작자였으며, 그 다음 목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었다. 또 필자의 한 친구는 처음 목표는 회계사였지만, 지금은 신문기자가 되어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2∼3번의 경력 탐색 기회를 갖고, 이 중 본인의 능력, 적성을 고려하여 하나의 경력을 선택한다.

문제는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시험하지 않으면, 그 다음 목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 따라서 경력 개발 상의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중간의 작은 목표(해당 분야의 공모전 수상, 인턴 경험, 자격증 취득 등)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본인에게 허용 가능한 기간을 세워두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최근 들어 인턴, 공모전 등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늘어났지만, 많은 대학생이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 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도전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많이 도전하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진부한 격언은 어쩌면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기업 - 인턴 제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필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 외에, 기업이 20대들의 사회 진입을 ‘앞당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20대들이 각종 인턴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요즘, 이들이 정해진 인턴 기간 내 되도록 충실한 경험을 하게 하여 주어진 시간을 낭비 없이 보내게 하는 일은 가능하다. 최근 많은 인턴이 급조되면서 인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은 인턴에게 부여할 직무를 명확히 하고, 인턴 활동과 정규직 입사와의 연계방안을 강화하여 대학생들이 인턴 경험을 통해 좀 더 많은 경험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 국내에 진출한 유수의 외국계 기업들은 엄격한 과정을 통해 채용한 인턴에 한해서 풍부한 직무 경험과 교육을 부여하고, 성공적으로 인턴을 마친 사람에게만 정규직 입사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입사한 직원은 충분한 검증과 조직 적응을 마쳤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성과도 우수할 수 밖에 없다. 즉, 제대로 된 인턴 코스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나 구직자 입장에서나 윈윈(win-win) 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인턴 제도에 대해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 - ‘정규직 일자리 창출’ 지원 강화해야
최근 정부에서 내놓는 많은 청년 실업 대책이 인턴, 조교 채용 등 임시직 양산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정규직 채용과 연계되지 않는 임시직을 양산하는 것은 근본적인 실업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취업 대기자를 늘리는 역효과만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정책적 차원에서 20대의 일자리 대책은 임시직 양산보다는 ‘정규직 일자리 창출’ 지원에 초점을 좀더 맞추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 기업의 창업과 유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이들 기업을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청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창업과 유지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체적인 ‘사회 동력 발굴’ 차원에서 중소기업 창업ㆍ유지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30~40대의 창업 및 재취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제2ㆍ3의 경력설계가 현재보다 보편화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처럼 첫 직장이 나머지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아무리 취업이 늦어져도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취업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30~40대에 대한 재취업 지원 및 알선, 제2ㆍ3의 경력 설계를 위한 대학교 이후의 교육 체계 구성, 사회적인 성공 모델 제시 등을 통해 첫 취업이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후의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보편화시켜야 한다.

▶ [e칼럼] 서른살, 신입사원은 서럽다

유용수 칼럼니스트 ysyoo@nemo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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