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에 사료값 폭등으로 음식물찌꺼기.술찌꺼기가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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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꿩 대신 닭.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음식물찌꺼기.술찌꺼기가 인기다.

축산농가들이 대체사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음식점.주류 메이커에는 이를 구하려는 농민들이 줄을 서고 구청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창구에도 축산농민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음식점들은 찌꺼기를 깨끗이 처분해 좋고 농민들은 사료난을 덜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대구수성구청에 따르면 축산농가와 음식물쓰레기 공급계약을 한 음식점.병원등은 1백4개. 지난해 12월 초순 55개에서 2배 정도로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수성구.달성군.경북 경산 등에서 돼지.개등을 키우는 농가들이다.

달서구청도 이같은 업소가 지난해 11월 80여개에서 1백여개로 늘었다.

구청 관계자는 "음식점등을 알선해주기 위해 최근 고령.성주등의 농가들을 방문했는데 학교등 대형 급식소들과 서로 계약을 하려고 했다" 고 말했다.

대구달성군하빈면에서 개 50마리를 키우는 김영규 (45) 씨는 지난해말부터 계명대 성서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음식물찌꺼기를 수거해 가고 있다.

金씨는 "이를 통해 한달 사료비를 15만여원 아낄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수성구매호동에서 돼지 50마리를 키우는 최재호 (61) 씨는 "법원.검찰청 구내식당등에서 이틀에 한번씩 음식물찌꺼기를 가져다 먹이고 있으나 더 필요해 다른 곳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주류회사에도 요즘 맥주박.주정박 (酒精粕) 등 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를 대체사료로 사용하려는 축산농가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마산 조선맥주 부산물처리담당 심재문 (45) 씨는 "축산농가들의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몇차례씩 걸려오고 있으나 맥주소비 감소로 생산이 줄어 맥주박이 오히려 부족하다" 고 말했다.

마산 무학주정도 마찬가지다.

맥주박은 ㎏당 20~30원, 주정박은 1백40원선으로 사료값의 5~40% 수준이다.

경상대 낙농학과 강희신 (姜禧信) 교수는 "맥주박에는 효모.미생물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젖소의 젖을 많이 나오게 하고, 주정박은 보리.고구마.옥수수등 조단백질이 풍부해 좋은 대체사료다" 고 말했다.

대구.창원 = 김상진.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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