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무현, 600만 달러 직간접 개입’ 입증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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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소환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조사의 핵심은 ‘600만 달러 의혹’이다. 그중 500만 달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로 건네진 돈이다. 100만 달러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내의 대통령 관저로 옮겨진 돈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500만 달러에 대해선 “지난해 3월 연씨가 박 회장에게서 투자받은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100만 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빌린 돈이며, 전달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600만 달러를 받는 데 노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금이나 채무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준 돈”이며,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전달한 돈”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과 다양한 정황 증거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을 신문할 계획이다.

또 정상문 전 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의 묵인 내지 방조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6월 29일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집무실에서 박 회장의 돈 관리인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가 들고 온 돈 가방을 받았다. 가방 안에는 100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곧바로 대통령 관저로 가방을 전달했다. 그 뒤 이 돈이 누구를 거쳐 어떻게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 몰래 권 여사가 받아 빚 갚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권 여사는 최근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 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아들 건호씨 집을 사 주려고 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비서관은 2007년 11월에는 연철호씨를 박 회장과 만나도록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연씨는 건호씨와 함께 베트남에서 박 회장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500만 달러가 연씨가 설립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의 계좌로 송금됐다.

노 전 대통령은 “연씨가 투자받은 돈”이라며 “직무가 끝난 뒤 투자 사실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건호씨가 이 돈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를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호씨는 이 돈을 국내 벤처기업에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돈은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기본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의 전달 과정에 개입해 있고, 이 돈을 박 회장의 사업과 관련된 대가성 있는 돈으로 본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의 전달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사법 처리를 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5일 발송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다시 한번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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