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미분양 많은데 주택 공급 왜 늘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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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고 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말에 비해 약간 줄긴 했지만 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6만1972가구에 이른다. 집을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만 5만998가구다. 서울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집값도 약세인 곳이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전국에 43만 가구(인허가 기준)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있는 집도 안 팔리는데 새 집을 수십만 가구씩 짓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건설 실적(37만1000가구)보다 16%나 많은 규모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 열심인 이유는 지금 미분양이 많다고 건설을 멈추면 경기가 풀린 뒤엔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짓는 데 보통 2~3년은 걸린다. 지금이 아니라 2~3년 뒤 수요를 보고 주택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1997년 전국의 주택 건설 인허가는 60만 가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으며 98년엔 절반인 31만 가구로 뚝 떨어졌다. 99년(40만 가구)과 2000년(43만 가구)에도 회복 속도가 느렸다. 그러자 집값은 2001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0년 0.4%였던 전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2001년 9.9%로 치솟았다. 이듬해엔 16.4%로 더 높아졌다. 물론 당시 집값 급등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탓이 컸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집값을 불안하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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