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극계 30주년 기념작품집 극단 자유 이병복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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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나의 무대작업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어설프다.

최소한의 압축된 상징물들로 조심조심 작품에 접근하면서, 무대를 꾸밀 뿐이다.”

명문극단 자유의 대표이자 한국 무대미술.의상의 개척자 이병복 (70) 씨. 그가 새해 벽두에 '이병복 무대미술 30년' 작품집을 냈다.

앞글은 그의 작품집 서문 머릿글의 일부다.

이씨의 작품집으로는 이것이 첫번째다.

이씨는 이어 나올 두권의 책에서 "60년대 초기 작품과 카페 테아트르 시절 (68~75년) 의 활동상을 담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러면 그의 무대인생의 족적은 무대가 아닌 서책속에서 '완성' 을 보게 된다.

이번에 이씨가 출간한 작품집은 대형양장본 2백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지난 82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피의 결혼' (김정옥 연출) 을 비롯, '함렛' (93년) '노을을 나르는 새들' (92년) '따라지의 향연' (66년) '무엇이 될고하니' (78년)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84) '왕자호동' (91) '억척어멈' (97년) 등 한국 현대연극사에 길이 남을 명작 16편의 무대.의상 사진들이 망라돼 있다.

컬러판 대형사진들을 들춰보면 마치 극중인물들이 뽀얀 먼지를 털고 '환생' 의 날개짓을 하며 훨훨 날아갈 듯 숨이 막히는 감동을 전한다.

이같이 살아서 꿈틀대는 생명력이야말로 이씨 무대예술미학의 정화 (精華) 다.

"2.3년전부터 지난 세월을 정리한다는 뜻에서 출간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먼지 쌓인 사진첩속에서 자료들을 꺼내 일일이 배열하고 편집까지 해 출판사에 넘겼는데, 다행히 작품의 개념에 맞게 책이 잘 나왔어요. " 이씨는 이대영문과를 졸업하던 지난 47년 연극무대에 처음 나섰다.

한때 배우로도 활약한 이씨는 파리 유학등 바쁜 수업기를 거쳐 67년 극단 자유의 창단을 계기로 무대미술 작업을 본격화했다.

무대의상 30년 인생의 시발점이다.

78년 '무엇이 될고하니' 공연부터는 무대미술까지 직접 제작, 겸업을 하면서 30년 동안 극단 자유 연극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씨는 "무대의상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나도 잘 모르면서 시작했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 무대미술.의상의 특징은 극의 진행에 따라 공간성과 시간성이 창출되는 강렬함에 있다.

흰색.검은색 천의 대비와 한지를 이용한 한국적 질감의 표현, 인형과 가면의 활용 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씨의 남편은 서양화가 권옥연씨.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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